대구 공직사회에 광주(光州)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최근 시청 직원 500여 명을 상대로 한 정례조회에서 광주 얘기를 꺼집어 냈다. "언론에서도 많이 지적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 대구·경북은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하는 기질이 있습니다. 반면 광주는 난관 돌파력이나 로비력이 대구·경북에 비해 10배 정도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여 년 전 당시 문희갑 대구시장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에서부터 시민 단체, 정치 및 경제계, 언론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체들이 힘을 모으는 '광주를 벤치마킹하자'고 역설한 이후 다시 광주가 대구의 모델로 부상한 것. 인구가 140여만 명에 불과한 등 대구보다 한참 뒤떨어진 것으로 여겨졌던 광주를 배우자는 화두가 10여년 간격을 두고 민선 대구시장에 의해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대구 스스로의 뼈아픈 자성(自省)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달 1일 첫 간부회의에서 공직사회 개혁을 강도높게 촉구했던 김 시장은 한달 간의 시정 경험을 토대로 "공무원들이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난관 돌파력이 필요하다."며 광주를 계속 언급했다. "예산을 확보하고 중앙부처와 협의를 거치고 하는 로비력이 우리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필요합니다. 광주 경우 오랜 세월 피해의식이 있었고,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합의가 도출되고 그런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우리 대구도 어려움을 겪을 만큼 겪었지 않습니까? 이제 난관을 뚫고 로비를 합시다. 대구·경북 바뀌었다는 소리 한번 들어봅시다."
이어 김 시장은 '과정'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일 해주고 욕먹는 사람, 공무원 생활하면서 많이 봤습니다. 반면 일 안해주고 막걸리 얻어먹는 사람 많이 봤습니다. 이 차이는 뭡니까. 바로 과정입니다."
그는 "일을 해주더라도 이런저런 핑계로 갖은 애를 먹이고, 시간을 끌고, 자존심 상하게 하고, 끌다가 해줘서 온갖 비난과 욕설을 자초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며 "이제부터는 일이 안되더라도 그 사람과 아픔을 같이 하고, 같이 노력해주고, 안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과정을 거치는 공무원이 많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시장은 대구시의 모든 공무원들이 서울과 외국으로 뛰어다닐 것도 더불어 주문했다. "국장, 과장님들 중앙부처 가시면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복도에 2, 3시간 앉아서 기다리다보면 속상한 거 압니다. 그러나 그것이 창피하다고 내려오면 자격 없습니다. 한 번 가고 두 번 가고 세 번 가보세요. 됩니다. 대구 공무원 로비 못한다는 소리, 이제 그거 한번 바꿔봅시다."
4급 과장급 인사에서 '혁신인사'를 선보였던 김 시장은 이번 주로 예정된 5급 사무관급 이하 인사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혁명적 인사를 하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했다. 이 같은 인식을 토대로 김 시장은 '중간 허리'에 해당되는 공무원들의 분발도 강하게 요구했다. "젊은 사람들 아무래도 아이디어가 있고 에너지와 역동성이 있습니다. 그게 여러분들 때문에 죽습니다.... 중간 간부들이 경륜과 지혜를 갖고 상의하달, 하의상달 특히 여러분과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그 젊고 발랄한 에너지와 열기를 우리 대구를 살리는 데 모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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