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원, 영화 '그때 그 사람들' 상영 허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재로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에서 법원이 제작사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영화 내용상 지나친 표현으로 원고측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제작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결국 법원은 양립하기 힘든 '표현의 자유'와 '인격적 법익 침해'라는 상반된 법적 문제를 놓고 벌어진 소송에서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조경란 부장판사)는 10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영화 상영 및 배포를 금지해 달라"며 '그때 그사람들'의 제작사 ㈜엠케이픽처스를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화상영 금지는 영화로 인한 인격적 법익의 침해 정도에 비춰 침해가 중대하고 명백할 뿐 아니라 현저히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 사건의 경우 고인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가 영화상영 등을 금지해야 할 정도로 중대·명백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박씨가 "고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제작사를 상대로 낸 영화상영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는 "피고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영화상영금지 주장에 대해 "인격적 법익의 침해 장면이 영화의 전체적 구조와 유기적으로 결합돼 침해 장면이나 관련된 일부 장면만을 금지한다면 영화가 갖는 창작의 본질을 형해화(形骸化·있으나마나 하게 되는 것) 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삭제된 장면들에 대한 상영을 허용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아버지인 고인에 대해 갖는 경애·추모의 감정이 이 영화로 인해 침해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여 "피고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영화는 사실·허구 여부에 관계없이 고인이 국가원수로서의 품위나 도덕 관념, 역사 의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불러 일으켜 원고의 고인에 대한 경애와 추모의 정을 손상시켰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지난해 3월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허위 내용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고인과 유족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했다며 영화상영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함께 작년 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식 다큐멘터리 등 3개 부분을 삭제하고 영화를 상영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이의 소송을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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