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안 1천리를 가다] 해수욕장 산증인 이상진 씨

"이곳 감포 오류해수욕장을 찾아주신 피서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여러분들이 이곳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이 필요하니 저의 방송을 잘 듣고 협조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포 오류해수욕장에서 15년 넘게 피서객들의 안전과 각종 공지사항을 알리는 안내방송 봉사를 하고 있는 이상진(71.사진) 씨. 감포 해수욕장의 산증인인 이 씨는 마이크를 잡자 마자 거침없이 말이 터져 나왔다. 포항에서 친구가 경영하는 회사에 다닐 때에도 여름 휴가철만 되면 무조건 집에 와서 안내 방송을 했기 때문에 이 씨가 아니면 안내방송을 할 사람이 없다고 소문이 나있다.

"특히 오류 해수욕장은 백사장 모래로 유명하지. 다른 해수욕장 모래와는 달리 규사성분이 있는 모래로 강하고 모가 나 있지. 전두환 대통령때는 해군 함정의 녹을 제거할 때 이곳 모래를 사용한다며 보급선을 앞바다에 띄워 놓고 퍼 가는 것을 자주 봤지 이 모래로 공기를 뿜어주는 샌딩작업을 하면 녹이 잘 제거됐다고 하더라고."

건강이 안 좋아 올해부터는 마이크를 잘 잡지 않는다는 이 씨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예전에는 튜브 대여가 어디 있어.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군에서 지킨다며 밤 10시만 되면 해수욕장에서 철수를 해야 했지. 당시만 해도 부표를 설치해 놓은 곳을 넘어가지 말라고 수없이 방송해도 잘 듣지도 않고, 밤에는 백사장에 앉아 술마시고 노래 부르고 쓰레기를 아무데다 파묻고…. 하지만 요즘에는 질서도 잘 잡히고 피서문화는 많이 좋아졌지"

이 씨는 "보수도 안받고 안내방송 봉사로 이곳을 찾는 피석객들이 안전하고 좋은 추억을 갖고 돌아가는 것만으로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빨리 건강을 회복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했다.

경주·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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