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괴물'…관객은 즐겁고, 영화계는 떨고

영화 '괴물'이 전국 관객 1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르면 15일, 늦어도 17일에는 1천만번째 관객이 입장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는 올해 '왕의 남자'에 이어 '괴물' 단 두 편으로 2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세 속에서 유난히 흔들렸던 한국 영화계에서 '괴물'이 갖는 흥행 의미를 알아본다.

◇최단 기록

예상했음에도 놀랍다. 시사회에서의 압도적인 호평과 전체 1천648개 스크린의 38%에 해당하는 620개의 개봉 스크린은 '괴물'의 흥행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1천만 관객'은 누구도 쉽게 장담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1천만 관객은 영화계에 '하늘이 내리는 숫자'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야제에서 15만여 명을 모은 '괴물'은 개봉일부터 거침없이 질주하더니흥행에 관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워버렸다. 개봉 2주간 평일 평균 50만명, 주말 평균75만명의 관객이 들었으니 잘돼도 너무 잘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1천만 명은 몰라도 흥행 '대박'은 장담했던 사람들조차도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을 믿기 힘든 상황이 됐다.

◇배급 시스템의 힘

물론 이 같은 최단기간 흥행은 620개라는 스크린의 도움이 주효했다. 어디를 가도 걸려 있는 '괴물'을 관객이 선택하는 것은 분명 다른 영화보다 훨씬 쉬웠을 터. 이에 대해 "극장가의 획일화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괴물'의 배급사 쇼박스㈜미디어플렉스가 개봉에 앞서 밝힌 "극장이 원하는 대로 영화를 다 틀었다면 700개 이상의 스크린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효율성을 따져 620개로 조정했다"는 말은 사실에 크게 어긋남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5월부터 두달여 맹위를 떨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한풀 꺽인 시점인데다 한국 영화들은 알아서 개봉 시기를 피해갔기 때문에 '괴물'이 억지로 스크린을 늘린 것은 아니다. 620개는 시장의 요구였다는 측면이 강하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프로젝트 현실화

'괴물'은 제작 기간 내내 '괴담'에 시달렸다. 100억원대를 넘어서는 제작비와 호흡을 같이 한 괴담의 요지는 '제작이 끝나지 못할 것이다' '괴물의 기술적 완성도가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것이다'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등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 제작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이를 보기 좋게 극복해냈다.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제작비에 쪼들려 청어람이 쇼박스에 배급권을 넘기고, 주연배우 송강호가 개런티를 투자비로 돌리는 등, 그들로서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스토리'가 있지만 이들은 난관을 하나씩하나씩 극복해내며 '괴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1천만 흥행으로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 재점화

현재 '괴물' 관계자들로 하여금 표정관리를 하게 만드는 것은 스크린쿼터 축소. 정부가 7월1일부터 스크린쿼터를 축소 시행한 것은 스크린쿼터 없이도 한국 영화가 잘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괴물'은 파티를 크게 벌이기 힘든 처지다. 한동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싹쓸이로 한국 영화가 주춤했으나 엄청난 흥행으로 만회해 정부의 논리가 먹힐 수 있는 데다, 극장을 못 잡는 작은 영화들을 생각할 때 620개의 스크린은 분에 넘치는 호사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괴물'에 쏠리고 있는 각종 '질투 어린' 시선들의 출발점 역시 여기다. 그러나 지금까지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에서 최용배 대표나 봉준호 감독, 송강호가 누구보다 앞장섰던 것을 생각할 때 '괴물'의 흥행은 한국 영화계가 단순한 질투심으로 폄훼할 일은 아니다. 흥행 주역들은 오히려 "이를 계기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충무로가 활발하게 가동되지 않고, 좋은 작품·성적을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스크린쿼터 사수 외침은 자칫 공허해질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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