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산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면서 검찰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어 '검은 고리'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살생부'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에 대해 전면 수사 방침을 밝힌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22일 정윤기 마약조직범죄수사부장을 제외한 7명의 검사에게 의혹별로 임무를 나누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해 그 성과가 기대된다.
검찰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사 비리 의혹 ▷상품권 업체·게임장 선정 비리 의혹 ▷에이원비즈 등 자금 추적 ▷폭력조직 개입 의혹 등 임무를 세분하고 검사 별로 세부 수사 계획을 세웠다. 검찰은 계좌추적 및 압수수색, 출국금지 대상을 세분화하고 이르면 이날 중 관련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리 뇌관 터지나=검찰은 영등위의 경우 이미 바다이야기, 황금성 업자들을 구속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수사의 단서를 포착했다. 바다이야기의 사행성 여부를 조사하던 수사 초반 영등위 관계자들이 게임기의 사행성 여부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게임기 심의를 맡았던 영등위 심의위원들이 사행성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점으로 미뤄 심의 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상품권 업체 선정 과정 로비 및 정치권 실세의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곧바로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영등위 심사 비리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자체 수사 단서가 확보된 반면 상품권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는 올해 초 이뤄진 서울동부지검의 내사 자료를 토대로 진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서울동부지검의 상품권 업체 선정 비리 수사 자료를 이날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착수하는 등 상품권 관련 의혹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동부지검 자료는 상품권 업체 지정 주체인 게임산업개발원 자료와 관련 업체 및 문화부 직원들의 진술, 상품권 업체 지정을 둘러싼 의혹의 윤곽을 그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최대 복마전으로 의심받는 상품권 비리의 배후를 파헤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초 서울동부지검 조사 과정에서 문화부 김모 전 과장이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받게 해달라는 청탁 전화가 여야를 막론하고 수없이 걸려와 업무를 못할 지경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당분간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주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문화부 직원들을 다시 불러 당시 조사 내용을 토대로 보강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상품권 업체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과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구체적인 로비 내역이 드러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공개한 상품권 업자 2명의 녹취록에는 여권 실세 2명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다른 자료에서도 관련 의혹들이 추가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로비와 관련해 깊숙이 연루된 정관계 인물들의 구체적인 이름이 적힌 각종 자료들이 확보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들은 향후 수사에서 '살생부'가 될 게 틀림없는 만큼 향후 압수수색 결과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도 속전속결(?)=검찰이 올해 초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 수사 때처럼 수사 초반 속전속결식 압수수색으로 관련 자료를 대량 확보할지도 관심사다. 검찰은 줄기세포 조작 사건 때는 수사 착수 이튿날 황우석 교수 등 자택과 연구실 등 26곳을 전격 압수수색해 수사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는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황우석 박사가 검찰 수사를 희망한다고 밝히는 등 수사가 예상돼 (영장 청구 준비 등) 준비가 다 돼 있었으나 이번엔 그렇지 않다."며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이번 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의 경우 유진룡 전 문화부차관의 사행성 게임 관련 발언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 오류' 발언이 감사원의 감사 검토 조치와 함께 승화작용을 일으켜 순식간에 확산된 이슈여서 수사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 그러나 의혹이 방대한 데다 관련된 기관과 업체가 많고, 감사가 진행되면서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만큼 조만간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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