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주요 석조 유물'地衣' 피해 심각하다

감은사지 석탑(국보 제112호)과 고선사지 석탑(국보 제38호) 등 경주지역의 주요 석조 문화재 상당수가 '지의(地衣)' 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경주대 도진영(문화재보존학부) 교수 등이 2001년에서 2005년까지 문화재청과 문화재연구소로 부터 석조문화재 보존관리에 대한 용역을 의뢰받아 석물을 현미경 촬영 및 고분자 분석한 결과 밝혀진 것이다.

지의는 균류와 조류(포자에 의해 번식하며 꽃이나 열매를 맺지 않는 하등식물)의 복합체로 석조물 등에 기생해 산(酸)을 생산하며 석조 유물에 달라붙으면 석재 내부로 침투해 유물의 재질을 약화시킨다.

도 교수는 "지의는 수분, 햇빛, 맑은 공기 등의 환경에 잘 자라는데 대도시보다 깨끗한 경주 등은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어 석조 문화재의 훼손이 특히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1975년 국립경주박물관 뜰로 옮겨진 고선사지 3층석탑은 기단부와 탑신부, 옥개석 등 곳곳이 검은색으로 변하는 지의 피해를 입었다. 또 최근 보수작업을 하고 있는 감은사지 3층 석탑과 비지정 문화재로 분황사 터에서 출토된 8~10세기의 여래좌상과 장항사 석조여래입상 등 경주지역의 여러 석조유물들이 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 교수는 "아직 정밀 분석을 거친 것은 아니지만 국보 제20호인 불국사 다보탑의 변색 부분도 세균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경주지역의 석물들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각 지역의 석조 문화재에 대한 정밀조사가 시급하고, 문화재 당국에서도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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