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斷)도박' 모임 통해 도박중독에서 벗어났어요

'손을 자르면 발로 노름할 것'이라 비아냥대는 손가락질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을 24일 대구 동구 방촌동 '단(斷)도박' 회합소에서 만났다. 그들은 서로를 닉네임으로 불렀다.

"안녕하세요. 대구 수성구 수성동 쵭니다." "대구 달서구 감삼동 김입니다. 반갑습니다." 밝게 웃는 모습. 도무지 이들이 도박 중독자였다고 알아채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스스로를 '충동조절 장애 환자'라고 불렀다.

"저희는 도박 욕구를 잠 재우지 못했습니다." 자영업을 하는 '감삼동 김'(44)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은 지난 1995년 처음 이 모임에 나왔을 때 금단현상도 겪었다고 말했다.

"초조하고 무료했어요." 알코올이나 마약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 이들은 내기바둑이나 고스톱 같은 취미에서 도박중독으로 옮아갔다고 입을 모았다.

"적은 돈 잃었다가 한꺼번에 되찾으려고 걸게 되는 돈이 점점 커진 거죠." 이들은 스스로가 도박중독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안사람 손에 이끌려 오게 됐지요. 막상 오고서야 중독이라는 걸 알았어요." 서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끼리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도박장에 가려는 발길을 묶었다는 것.

도박중독에 시달린 가족들도 함께 모임에 나온다고 했다. 가족들은 '진실'이 유일한 해결 수단이라고 말했다. 도박 중독자들은 '도박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거짓말로 일관한다는 것. "환자지만 다시 예전처럼 건강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같이 나누다 보면 삶이 신납니다."

지난 1992년 만들어진 이 모임 경우, 인터넷사이트(www.dandobak.co.kr)를 참고하면 자세한 내용들을 알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도박 중독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체험 및 극복사례', '상담과 대화' 등 도박 중독에서 헤어날 수 있는 도움말이 가득해 도박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이들은 전했다. 053)986-6556.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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