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지 오래된 미국의 영화배우 제임스 딘은 단 세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면서도 좌절하고 반항하는 청춘의 표상으로 지금까지 잊히지 않고 있다.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이 깊은 인상을 심었기 때문이다. 그의 반항에는 사실 이유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철저한 恐妻家(공처가)로 어머니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밤늦게 귀가한 아들에게 밥을 차려주는 아버지에 대한 실망도 반항의 한 요인이었다.
○…1950년대 당시 미국에도 우리의 전통적인 가정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權威(권위)가 살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아내와 자식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일에만 매달린다고 이혼 당하는가 하면, 경제 갈등'성격 차이'배우자 부정'무능력과 무책임 등이 主因(주인)이라는 점을 떠올릴 때 이혼율을 줄일 수 있는 소지가 적잖다. 여성이 당하는 경우를 봐도 사정은 거의 다르지 않다.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은 이혼에 앞서 부부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 '熟慮(숙려)기간제도'를 오는 9월 4일부터 시행한다고 어제 밝혔다. 협의이혼을 신청한 뒤 3주일간 이혼을 再考(재고)하는 시간을 거치도록 하는 게 이 제도다. 또한 법원이 안내하는 전문 상담기관의 무료 상담을 받게 하는 '상담제도'도 시행할 계획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선진국을 능가할 정도로 가파른 上昇曲線(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두 쌍이 결혼하는 사이 한 쌍이 갈라서는 형편이나 최소한의 사회적 처방책 마련을 위한 노력마저 미미했으며, 이혼 절차도 너무나 간편했다. 신청 당일이나 늦어도 다음날 법원으로부터 협의이혼 의사 확인을 받을 수 있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성급한 이혼을 줄여 보려는 이혼 숙려기간제와 상담제는 기대를 해보게 한다.
○…'이혼은 진보된 문명사회의 필수품'이라 한다. '결혼은 전생의 원수가 만나 살면서 서로 원수 갚는 일'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혼에 따른 가정 해체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족 輕視(경시) 풍조는 결손 가정'저출산 가정을 양산해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일으켜 왔다. 특히 자녀 양육에 큰 문제가 생기고, 엄청난 정신적 상처를 안겨주기도 했다. 힘들더라도 이혼을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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