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숙 시인 세번째 시집 '불의 눈빛' 펴내

여성적 삶의 고난함과 여성의 본능적 욕망을 진솔하게 발설해온 자칭 '21세기형 처용 아내' 정숙 시인이 시집 '불의 눈빛'을 '시학'에서 펴냈다.

'신처용가'.'위기의 꽃'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인 '불의 눈빛'에서 시인은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를 거침없이 구사하며 남성 중심의 지배적 문화에 찌들린 여성의 정체성과 그로 인한 여성적 삶의 한계성을 투박하지만 날 선 언어로 제시하고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우리 시대 여성들의 고난한 삶을 노래한 일종의 '여성들을 위한 광시곡(狂詩曲)'이다. 이번 시집에서는 각각의 소제목이 환기하는 것처럼 무수한 여자들이 등장한다.

'달빛 여자', '밤도장 찍는 여장', '불의 여자', '늪의 여자', 활 쏘는 여자', '거울 속 여자' 등이 불륜과 일탈, 탈주와 욕망 같은 낯선 단어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시집에 연속적으로 출현하는 이 여자들의 삶은 그래서 금기와 위반의 경계 지점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제도적 일탈을 꿈꾼다.

이렇게 흔들리는 여자들로 하여금 우리 사회의 가치 질서와 오랜 '불화' 관계에 있던 여성들의 삶과 그들의 소외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여성적 삶의 왜곡된 구조와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의 모순 상황을 깊이있게 응시하면서 한편으로 여성의 고유한 정체성과 존재성을 부각하려는 시작 태도는 정숙 시인의 오래 특징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이성천 씨는 "여성성과 모성성의 주제를 일관되게 환기하는 정숙 시인의 시편들은 우리 시대에 변함없이 의미가 있다."며 "특히 시인 자신이 경험한 여성적 삶을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 시대 여성들의 각박한 삶의 풍경을 다채롭게 형상화한 이번 시집 그 자체로도 소중하다"고 평가했다.

조향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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