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새
이진엽
바다를 건너온 새들은
검은 폐유를 토해 내고 여름내 울어댔다
아프게 뉘우치면
모두가 새로워진다는 기쁜 소식이
새의 토사물에 섞여 있었다
맑게 헹구어진 새의 내장
다시는 그 누구도
소금기가 하얀 새들을 죽일 순 없었다
밤이면 후득후득
세상 멀리까지 번져가는 빗소리
그러나 어둠의 비는
새들의 순결만은 녹이지 못했다
내 죄로 죽어간 것들이여
저 바다에서 울리는 끝없는 해조음을 듣거든
이젠 나를 용서해 다오
스스로 되살아나는 바다
그 위로 파닥이는 은빛 새들을 보며
부활, 난 그것을 믿는다.
몇 해 전, 폐유로 뒤덮인 바다를 기억하고 있다. '바다를 건너온 새들은/ 검은 폐유를 토해 내며 여름내 울'고 있다. 인간 삶의 배설물인 폐유로 인하여 죽어가는 것이 어디 새들에 그치랴. 생명의 근원인 바다, 그 자연의 몸이 죽어가고 있지 않는가. 이제 인간의 죄는 생명 모태인 바다에 닿았다할 것이다. 그러나 '아프게 뉘우치면/ 모두가 새로워질' 수 있다. 그렇다. 우리가 할 일은 '스스로 되살아나는 바다/ 그 위로 파닥이는 은빛 새들' 앞에서 용서를 비는 일이다. 그러면 부활할 것이다.
바다의 부활은 인간성의 부활이고 생명의 부활이다.
구석본(시인)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