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이진엽 作 '부활의 새'

부활의 새

이진엽

바다를 건너온 새들은

검은 폐유를 토해 내고 여름내 울어댔다

아프게 뉘우치면

모두가 새로워진다는 기쁜 소식이

새의 토사물에 섞여 있었다

맑게 헹구어진 새의 내장

다시는 그 누구도

소금기가 하얀 새들을 죽일 순 없었다

밤이면 후득후득

세상 멀리까지 번져가는 빗소리

그러나 어둠의 비는

새들의 순결만은 녹이지 못했다

내 죄로 죽어간 것들이여

저 바다에서 울리는 끝없는 해조음을 듣거든

이젠 나를 용서해 다오

스스로 되살아나는 바다

그 위로 파닥이는 은빛 새들을 보며

부활, 난 그것을 믿는다.

몇 해 전, 폐유로 뒤덮인 바다를 기억하고 있다. '바다를 건너온 새들은/ 검은 폐유를 토해 내며 여름내 울'고 있다. 인간 삶의 배설물인 폐유로 인하여 죽어가는 것이 어디 새들에 그치랴. 생명의 근원인 바다, 그 자연의 몸이 죽어가고 있지 않는가. 이제 인간의 죄는 생명 모태인 바다에 닿았다할 것이다. 그러나 '아프게 뉘우치면/ 모두가 새로워질' 수 있다. 그렇다. 우리가 할 일은 '스스로 되살아나는 바다/ 그 위로 파닥이는 은빛 새들' 앞에서 용서를 비는 일이다. 그러면 부활할 것이다.

바다의 부활은 인간성의 부활이고 생명의 부활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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