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 있어서 집은 그 시대의 정신과 세계관, 미학, 사회체계, 생활양식 등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총체적인 유형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나라 집을 포함한 건축문화는 어떠한가? 일제는 식민통치를 통해 고유한 우리 문화유산의 맥을 끊으려 했다. 종가의 맥을 끊기 위해 도로를 집 앞으로 내었고, 유물은 사라지거나 훼손되어 겨우 흔적을 더듬을 뿐이다.
해방이 되고 서양의 국제주의 양식에 휘말려 우리의 건축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군사정권의 무지한 개발주의 정책에 힘입어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건물로 우리의 삶의 공간을 양적으로 채워 나가고 있다. 우리의 것이라는 고유한 순수성을 찾아 보기는 힘들다. 수천 년 내려오던 조상의 지혜와 과학이 담긴 집의 철학이 껍데기로만 흉내내기에 급급하다.
동아시아의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옛 건축물을 견주어보면 중국은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대륙적인 기질, 일본은 무게 없는 기교에 날카로운 섬나라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한옥은 단아하고 소박한 백의민족의 고유한 특징을 엿 볼 수 있다.
1991년 중국을 연수하는 중에 들린 자금성 문살의 두께를 손바닥으로 실감하면서 '큰 아버지집에 왔구나' 하는 감정을 느꼈다. 사실 우리 문화의 상당부분이 중국대륙에서 전해져 왔지만 선조들은 중국을 인식하면서도 우리의 것, 우리의 문화를 고민하였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지금의 세계적인 한국문화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의 것을 채 알기도 전에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고 그들의 껍데기를 흉내 내어 우리나라의 구석 구석에 국적 없는 커다란 매스의 건물들이 불쑥 불쑥 세워지고 있다. 자기 집 마당도 쓸기 전에 동네 골목길을 걱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건축은 유럽의 기념비적인 건축의 방법이 아니라 최대한 주변의 환경을 존중하고 거기에 맞추어 앉혀지는 소박한 성격의 건축이다. 물론 건물의 성격에 따라서 다소 위엄을 갖추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에 맞는 '아름다운 삶의 공간'을 꾸미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공간의 기본이 되는 주택에 있어서부터 평당 얼마짜리 집이고 방 몇 칸, 욕실의 크고 작음에 집의 성격을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의, 이웃의 생각이 담겨져 있고 그 지어진 작은 점(집)이 연계되어 건강한 선(길)이 나올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을 꿈꾸어 보자.
그 선(길)은 서로를 엮어 아름다운 도시(마을)가 될 것이다. 먼 훗날 자손들에게 우리만의 아름다운 삶의 공간을 꿈꾸며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이 어떤 생각으로 누구와 함께 어떻게 지어졌는지를 이야기 해보자.
김경호 아삶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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