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추석 명절은 두 번 쇠는 격이 되었다.
추석을 20여일 앞둔 요즘, 주말이면 외곽도로는 벌초하러 나서는 차량행렬로 추석 귀향길 못지않은 교통체증을 빚는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추석날 성묘가 힘든 가족과 친지까지 모두 고향 선산(先山) 아래 모여 예초기를 지고 낫을 들고 산에 오르니 제사만 모시지 않을 뿐 명절이나 진배없다.
지난 여름 처가에서 큰일이 생기고 말았다. 지병이 있던 장인이 창졸간에 돌아가신 것이다. 2년 여 전에 장모님이 돌아가시고, 합병증이 있어 적잖이 고생을 했지만 그렇게 쉽게 떠나실 줄은 몰랐던 터라 임종도 하지 못했다. 워낙 서둘러 떠나시는 바람에 손윗동서와 큰처형 그리고 우연히 들렀던 친구 분만이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키게 되었다고 한다.
장례 문제를 두고, 장모님이 계신 선산으로 모실 것인지, 평소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화장을 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우왕좌왕 하는 차에 당신께서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쓴 편지가 발견되었다.
'나 죽거든 화장해다오. 묻으려면 땅도 필요하거니와 결국 썩으면 자연으로 갈 것인데 굳이 봉분을 할 필요가 없다'고 적었다. 그리고 유골은 수목장(樹木葬)으로 해달라고 적고 자리까지 상세히 기술해 놓았다.
아들에게 당신의 마음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알려주신 대로 수목장을 했다. 애당초는 나무를 심기로 했으나 8월의 뙤약볕 아래, 높은 산 8부 능선에 살아남을 나무가 없을 것 같아 튼튼히 뿌리박고 있는 나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장모님 산소 뒤쪽에 있는 소나무 중에 좋은 나무를 골라 밑둥치를 돌아가며 골을 파고 잘 모셔드렸다. 모두의 애통함 속에 완전히 자연으로 회귀하신 것이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야산 언저리는 예외 없이 산소들로 빼곡히 들어차있다. 부스럼 자국 같이 해진 산자락은 아늑한 '영면(永眠)의 자리'로 여겨지기보다 흉물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다닥다닥 붙은 묘소는 조금만 더 있으면 '누울 자리'도 없을 것 같아 보인다.
지난 3월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78%가 화장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33%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또 화장한 유골에 대한 장례방법을 물어본 결과, 납골장(納骨葬)이 53%, 산골장(散骨葬)이 28%, 수목장이 18%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2000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가족납골묘는 크기나 형태 등에 대한 규정 없이 진행되었고, 분묘 내부 벌레가 들끓는 등의 기술적 문제로 전면 중단되고 말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을 듯 한 데, '나도 먼 훗날을 위해서 멋진 소나무라도 한 그루 키워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언뜻 스친다.
서중교 에스제통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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