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학등록금 규제 움직임을 보며

2,3월만 되면 대학가는 등록금 투쟁으로 몸살을 앓는다.

'적게 내려는 학생, 많이 올리려는 대학'의 입장이 팽팽히 충돌하면서 등록금 투쟁이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올해 161개 사립대학 가운데 등록금 인상률이 지난해 물가인상률의 두배가 넘는 대학이 102개 대학이나 됐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1997년 대비 2005년 대학 등록금은 44~53%까지 올랐지만 교육여건은 학생 1인당 전임교원 비율과 기자재비는 오히려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침 정치권이 대학의 일방적인 등록금 과다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당은 가칭 '등록금 인상제한법안'을, 야당은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다.

법안이 성사 된다면 대학운영 수입의 상당액을 등록금에 의존하거나 거액의 적립금을 쌓아 두고도 과다한 등록금 인상을 하는 대학 운영 행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자율성 침해로 반발할 것이 뻔해 실질적인 입법화는 난항이 예상된다. 또 대학마다 사정이 다른데다 일차적으로 생존경쟁의 파고를 넘고 대학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정률의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때문에 정치권의 등록금 제한 입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볼만하지 합리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학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등록금 인상의 신뢰성 확보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먼저 학생들에게 학교 재정 현실과 자금운용 계획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성균관대가 재정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했더니 학생들은 이를 수긍하고 평균 7.3% 인상안에 합의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학 재정 운영의 효율성 강화를 위한 쇄신도 요구된다. 회계관리의 전문성을 높여 비합리적인 부문을 줄이고 지역 주요 대학들이 500억원~1천억원씩 쌓아두고 있는 적립금에 대한 적극적 활용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대학은 산학협력을 강화해 수익사업을 개발하는 등의 재원 확충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동문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발전기금 확보와 학교기업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 재정수입 다각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원광대처럼 등록금 예고제도 하나의 대안이다. 신입생 등록때 인상 요인을 감안해 적정액의 등록금을 제시하고 학생은 이를 수용, 4년간 동결하는 방안. 다만 그 부담은 희망학생으로 한정하고 장학금 등 재정지원 시스템을 확대하는 조건이 전제된 뒤에서다.

내년부터 학생은 질 높은 교육을 받기 위해 더 많은 등록금을, 대학은 학생들의 부담이 큰데 좀 적게 내라고 싸우는 대학가의 모습은 기대하는 것은 꿈이런가.

이춘수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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