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언제
어떻게…
성경기록의 비밀
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윌리엄 슈니더윈드 지음/박정연 옮김/에코리브르 펴냄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 성경 책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성경이 책이라는 사실을 당연시한다. 하지만 구약의 내용은 유대 사회에 구전되던 것이었다. 성경 역사에는 몇차례 결정적인 전환점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사건이 바로 구전에서 기록으로의 전환이다.
성경 책을 둘러싼 쟁점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누가, 언제 성경을 기록했는가'라는 문제다. 이 책의 저자 슈니더윈드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이 문맹이었던 구술사회 때 성경이 기록되었기 때문에 저자라는 개념이 없었다는 것. 슈니더윈드는 성경의 저자를 굳이 따진다면 어느 개인이 아니라 유대 공동체로 봐야 하며 출애굽기와 신명기에 모세를 토라(율법)의 기록자로 보이도록 하는 인위적인 반복 편집기법이 사용된 것을 볼 때 모세는 후대 성경이 최종 편집되는 과정에서 성경 기록자라는 영예를 얻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성경 해석은 기록자들이 아니라 성경을 읽는 독자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성경의 저자가 누구인가'라는 물음보다는 '언제 씌어졌는가'가 성경을 이해하는 핵심 질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 성경이 책으로 기록된 것은 언제일까. 성경학계에서는 구약 성경의 대부분이 기원전 5세기~기원전 3세기 페르시아 제국과 헬레니즘 시기에 기록되고 편집되었다는 가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구약 성경의 기록은 기원전 7~8세기 유다의 히스기야 왕과 요시야 왕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이 시기 구약의 핵심인 모세오경(구약 성경 처음에 나오는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등 다섯 권의 책)을 비롯해 여호수아기, 사사기, 사무엘기, 열왕기 등이 기록되었다는 입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기원전 8세기 말, 글은 왕실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도시화가 촉진되면서 경제가 발전하자 히스기야 왕은 전설이 된 다윗과 솔로몬의 통일왕국을 자신의 시대에 재현하기 위해 고대 이스라엘의 구두 전승을 모아 글로 남겼다. 7세기 말, 요시야 왕은 도시와 지방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종교 개혁을 단행했으며 이 시기에 기록된 신명기는 조상들의 전통적인 신앙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고 있다. 유다 왕정의 몰락과 함께 기록 활동은 침체기를 맞았으나 기원전 2세기 히브리어를 되살리려고 노력한 하스몬 왕가의 노력 덕분에 마카베오서, 집회서, 요벨서 등이 씌어졌다고 주장한다.
또 저자는 성경의 문자화로 종교의 성격도 바뀌었다고 말한다. 구전시대 종교에서는 예언자 또는 선지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문자시대 종교에서는 경전을 읽고 가르치는 사람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 이와 함께 기원전 3세기 경 출판된 성경 필사본 '사해사본'과 그리스어로 번역한 '70인역 성경' 등 다양한 필사본과 번역본의 등장은 성경 대중화와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원문'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아이러니를 낳아 유대교에서는 성경이 책이 되고 난 이후에도 구전의 가르침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400쪽, 1만 6천500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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