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漢(후한) 시대의 여학자 班昭(반소'?~116년)는 중국 역사상 뛰어난 역사가이며 '前漢書(전한서)'를 쓴 班固(반고'32~94년)의 여동생이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博學多識(박학다식)했다. 그 文名(문명)이 온 나라에 알려져 오빠 반고가 한서를 채 완성하지 못하고 죽자 황제가 어명으로 그녀에게 책을 완성토록 했으며, 황후의 교육도 맡게 했다. 그녀는 "여자도 교육받아야 한다"고 주장, '여자는 모르는 게 德(덕)'이던 고대 사회에서 선각자적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결코 시대의 높은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그녀가 주장한 여성 교육은 결국 賢母良妻(현모양처) 교육이었다. 儒家的(유가적) 사유체계에 심취했던 반소는 男女有別(남녀유별)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여자의 낮은 지위를 강조했다고 볼 수도 있다. 중국 여성의 修身書(수신서)가 된 저서 '女誡(여계)'에서 여자는 지아비인 하늘에 복종해야 하며, 반드시 4가지 婦德(부덕)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유가적 가치관을 그대로 답습한 우리 사회 역시 결혼한 여성에게 있어 '현모양처'''부덕'은 필수 덕목이었다. 가정에서의 '夫婦有別(부부유별)' 관념도 매우 철저하여 '男主外 女主內(남주외 여주내:남편은 바깥일, 아내는 집안일)'의 역할 구분은 퇴색했을망정 21세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07년부터 우리나라 초'중고교 사회'실과'도덕 교과서에서 남녀 간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조했거나 저출산 문제를 간과한 내용이 퇴출된다고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학생들이 급변하는 현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교과서 내용을 수정한다는 것. 일례로 '돈 버는 아빠, 살림하는 엄마'의 고정관념 대신 남녀가 함께 가정'직장'사회생활을 하는 모습으로 고쳐 기술하는 식이다.
○…"남자는 부엌 근처에도 가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부모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다. 이런 부모 아래서 자란 아들은 성인이 돼도 '생활능력 결핍자'가 되기 십상이다. 아내가 집에 없으면 당장 혼란에 휩싸이기 일쑤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새로운 가족 가치관 형성에 주안점을 둔 교육으로 바뀐다니 다행스럽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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