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일간 지속된 포항지역건설노조 파업사태는 20일 노조의 잠정합의안 찬성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당사자인 노사는 물론 포스코와 포항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특히 민노총 소속의 건설노조가 장기 파업으로 몰고 있다며 반발한 일부 노조원들이 한국노총 소속의 새 노조를 출범키로 해 앞으로 노노 갈등 등 파업 후유증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상상을 초월한 피해=포항은 이번 파업으로 국민들로부터 '파업도시'로 각인됐고, 시민간 갈등 등이 뒤엉키면서 속골병이 들었다. 장기 파업에 따른 후유증으로 횟집 등 식당과 각 업소들도 매출이 종전보다 격감, 상처가 깊다. 특히 파업도시라는 오명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실제 이 부분이 포항으로서는 가장 뼈 아프다. 최근 한 사업가가 철강 4공단에 투자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포항으로 왔다가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현장을 보고는 마음을 접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스코도 이번 파업으로 큰 상처가 났다. 본사점거에 따른 직접피해액 16억3천만 원을 비롯 하루 46억 원의 기회손실 비용이 발생, 총 3천500여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 대외신인도 하락과 이미지 추락 등을 감안한 경제적 손실 부분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추산자체가 어려울 정도다.
포스코는 일단 연말로 잡았던 파이넥스 설비 공사 준공을 내년 3월로 연기했다. 파업 동안 포스코 본사 점거에다 잇따른 시위로 노조원 68명이 구속됐고, 시위 충돌과정에서 노조원과 경찰 수백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노-노 갈등은 시작=파업은 일단 봉합됐지만 파업 과정에서 불거진 노·노 갈등은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3일 파업 첫 찬반투표 당시 발언권을 얻어 마이크를 잡은 한 노조원은 '파업중 현장으로 복귀한 노조원이 700여명이나 된다.'며 "어떻게 그들과 같이 일하겠느냐."며 '배신자'로 공격해 파업이 풀리더라도 후유증이 만만찮음을 예고했다.
여기에다 한국노총 계열 노조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어 노조간 헤게모니 쟁탈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포항전문건설협의회는 건설노조원들이 복귀하면 노조원 간 화합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도 갖고 있으나 깊어진 앙금이 치유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시민-노조 갈등도 여전=이번 파업으로 시민과 노조원들간에 벌어진 틈도 포항으로서는 큰 손실중 하나다. 노조원들중 일부는 시민들이 지나치게 몰아 부쳤다며 주소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자는 말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인구 50만선을 지키려는 포항시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죽도시장 상인 등 시민들도 할 말이 많다. 한 시민은 "포항문제에 무리하게 민노총을 끌여 들여 포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며 건설노조를 비난했다. 따라서 앞으로 시민과 노조의 화합을 어떻게 조기에 이끌어내느냐 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이번 파업 동안 포항시와 포항지역 시민단체들이 중재 역할을 별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사측 인사권 되찾아=사측은 이번 협상에서 노조가 갖고 있던 노무공급권을 되찾았다. 종전의 노조원 우선 채용에서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라고 개정한 것. 이에 따라 포스코 내 현장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면조항에 노조의 권익을 보장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노조원 등을 채용해도 대항이 어렵게 됐다. 실제적으로도 사측 경우 1일 8시간에 묶여 있는 노조원을 데리고 일하기 보다 비교적 통제가 손쉬운 바깥 쪽 인부를 고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포항에는 이런 현장 인부 대기자가 수천여명에 달해 언제든지 투입 가능하다.
◇포스코 공사발주 다변화 해야=포스코는 이번 파업 동안 '제3자'라며 애써 사태를 외면해 왔다. 그러나 어찌됐던 파업 현장은 포스코 내 일용 인부여서 자유스러울 수 만도 없는 일. 시민들도 유독 포스코 내 현장에서 반복되는 파업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으며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포스코가 전문성을 들어 특정업체에만 공사를 발주하는 시스템이다보니 파업시 전체 현장이 올 스톱되는 이번 같은 상황이 빚어진다."며 "전문 설비는 종전처럼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에 맡기되 토목 건축 등 다른 부분은 지역의 업체들도 참가할 수 있는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노조도 되돌아 봐야=파업이 풀린 것은 '시간'이 절대적 작용을 했다. 더 이상 생활고를 버티기 어려웠던 노조원들이 하나 둘 현장으로 복귀했고, 19일엔 무려 1천200여명 선을 넘었던 것. 노조 지도부는 이대로 가다간 파업전선 붕괴가 불가피 함을 인지했고, 기대이하라는 자체 평가에도 불구하고 손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파업을 놓고 지도부의 오판을 지적하는 소리가 높다. 노조가 노동운동을 통해 권익을 찾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무리를 했다는 것. 실제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에다 전국 규모의 노동자집회 등은 건설노조의 존재를 전국에 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노조 존립자체를 뿌리채 흔드는 지경으로까지 내몰린 배경이 됐다. 이는 노무독점권이라는 사실상의 인사권까지 사측에 내주지 않을 수 없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한국노총 지부 탄생 배경 제공에다 시민외면 등 여론의 뭇매 등을 맞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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