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은 과연 변했을까. 80, 90년대 낙동강 오염의 주범으로 손가락질 받던 금호강 수질이 확 좋아졌다고 한다.
▲환경상은 받았지만...=대구시는 '죽음의 강을 생명의 강으로 소생시켰다'는 대구시는 지난 7월 국제환경상 은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1984년 금호강 하류 강창교 부근의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가 111mg/ℓ를 기록했으나 2006년에는 불과 4.0mg/ℓ로 내려간 것만 보면 전세계에서도 흔하지 않은 성공사례다.
그러나 요즘 금호강 생태계는 오염이 극심하던 때에 비해 크게 후퇴해 있다는게 학술조사팀의 결론이다. 왜 이럴까? 강을 둘러싼 생태계는 수질 하나만 개선됐다고 결코 나아졌다고 정의하기 어렵다. 동·식물과 물고기의 생활상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술조사팀은 "금호강 물고기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강주변 식물들도 외래종만 눈에 띄는 등 생태계는 물고기가 때죽음을 당하던 때보다 훨씬 못해졌다"며 "생태계 균형은 고려하지 않고 수질만 개선하려 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수질은 잡았지만 생태계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부서지고 망가진 아니러닉한 현실을 보게 된다.
▲사라진 물고기들=이용호 박사(동부고 교사)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금호강 수계의 물고기를 조사한 결과 그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양홍준 경북대 명예교수 보고서)에는 51종의 물고기를 채집할 수 있었지만 2004년에는 37종, 올들어서는 27종에 불과할 정도로 사라진 물고기들이 많았다. 예전 금호강에서 자주 보이던 납자루아과 물고기중 칼납자루와 납지리 2종만 드물게 발견되고 있다. 줄납자루, 묵납자루, 납자루, 큰납지리, 흰줄납줄개, 각시붕어 등은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납자루아과는 물살이 느린 하천의 얕은 곳이나 물풀이 우거진 호수나 늪, 개울 등 깨끗한 물에서 사는데 하천제방 공사로 인해 물풀이 우거진 곳이 거의 없어지면서 서서히 멸종되고 있다.
금호강 전체 길이 118km중 70km에 이르는 물길이 콘크리트로 도배돼 있는데다 영천댐과 곳곳에 설치된 10개의 보 등으로 횡적 순환(물과 유역간의 물질교환)과 종적 순환(상하류간의 물질교환)이 완전히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호강 생태계의 보고라는 안심습지에서도 납자루아과 물고기가 거의 없어졌다. 이곳에는 육식성 외래어종인 블루길과 배스가 대거 살고 있는 탓도 있다.
버들붕어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버들붕어는 오염에 견디는 힘이 강하지만 수초가 없으면 살 수 없다. 제방공사로 인해 수초가 자랄 만한 곳이 메워지거나 없어지는 바람에 버들붕어는 살 곳을 잃어버렸다. 장구벌레(모기유충)나 수서곤충 같은 먹이원이 크게 줄어든 것도 또다른 원인이다.
이와 함께 육식성 어종인 끄리가 토종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고 있다. 끄리는 몇년전만 해도 금호강 하류인 금호대교, 강창교 지점에서만 발견됐으나 현재는 중류인 안심습지까지 확산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민물검정망둑이 원래 서식지에서 벗어나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안동 임하댐에서 영천댐으로 물이 유입된 이후 새로 등장한 민물검정망둑은 불과 몇년새 금호강 상류인 영천댐 부근에서 우점종(優占種.군집을 대표하는 종류)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물검정망둑은 바닷물과 강물이 섞이는 지역, 호수, 늪 등에서 사는 어종이라는 점을 볼때 금호강의 생태계 교란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단적인 증거다.
이용호 박사는 "먼 옛날 하천이 형성될 때 그 특성에 맞는 어류가 서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물검정망둑 출현으로 향후 어류상이 어떤 형태로 바뀌어갈지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글: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사진: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학술조사팀=영남자연생태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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