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문형렬 作 '해가 지면 울고 싶다'

해가 지면 울고 싶다

문형렬

너는 알겠지

속도 모르고 해가 지면

왜, 강물은 반짝반짝하는지

기다리는 사랑은 또 얼마나 흘러가야 하는지

너는 알겠지

한 발 다가서면 더러움으로 흐르는 강도

멀리서는 저렇게 붉게 일렁여

한 생애를 지나가는 것을

더러움이 아름다움을 가릴 수 없는데도

붉은 노을이 지면

저 더러움도

스스로 빛나 우리 가슴으로 흐르는 것을

내가 너의 속을 알고

네가 내 속을 알아서

더러움과 아름다움,

그 말없는 하루의 길에 서서

해가 지면 끝없이 소리없이 울고 싶다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한 발 다가서면 더러움으로 흐르는 강도/ 멀리서는 저렇게 붉게 일렁여' 아름답게 보인다. 만약 멀어서 아득히 보이지 않는다면 더욱 아름다우리라. 도저히 숨길 수 없는 더러운 강물도 ' 붉은 노을이' 되어 마침내 보이지 않으면 '스스로 빛나 우리 가슴으로' 흐를 것이다. 이처럼 기다리는 사랑은 아름답다. 기약 없어 속절없이 기다림만 있는 사랑은 '우리 가슴으로 흘러', 이름답게 정신을 물들인다. 그래서 '해가 지면 끝없이 소리 없이 울고 싶'게 할 것이다

눈물이 웃음보다 순수하듯이 '울고 싶은 마음'은 깨끗한 인간의 마음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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