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가에서)유혹의 몇 가지 기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좋은 생각, 내용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잘 보여지고 적절하게 현실화되어 기능해야 한다. 그대로 있으면서 구슬인 것을 저절로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순진한 바보들의 자위가 되고 만다. 더러운 똥 서 말을 가지고 보석을 만드는 교활한 자들의 버팀목이 될 뿐이다. 유혹의 기술이 필요하다.

꾀어 정신을 헷갈리게 하는 악마의 유혹, 불타는 집안의 멋모르는 아이를 밖으로 끌어내는 스승의 유혹…참 매력적인 말이다. 천상의 환인을 유혹한 아름다운 한반도, 아담을 유혹한 뱀, 촉석루에서 왜장을 유혹한 논개, 저잣거리 천한 곳에서 무지랭이 민초들을 유혹한 원효, 2000년을 넘어 오늘도 어제처럼 생생하게 이어지는 공자 석가의 유혹, 인류의 역사는 유혹의 역사다.

폭력과 싸움은 유혹의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 자의 슬픈 악마적 종말이다. 단 한마디의 진정한 말, 순간의 선하고 아름다운 외줄기 눈빛하나, 모두를 덮고도 남을 따뜻한 침묵속의 마음 한자리면 나라가 뭔가 우주를 유혹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미친 듯 정신을 놓아 버리는 것은 업장이요 운명이라고 할 밖에….

부시의 9·11유혹은 '달콤무시'하게 시작하여 '씁쓸추악한' 폭력으로 달려간다. 중국의 중화유혹은 '은근무지'하게 시작하여 '용감무식한' 폭력으로 달려간다. 일본의 아시아패권 유혹은 '납작간사'하게 시작하여 '교활뻔뻔한' 폭력으로 치닫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유혹당하고 싶다. 왜 쉽고, 재밌고, 아름답고 멋있는 길을 굳이 피해 가려는 것인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역적모의의 수괴라 신문광고를 내는 예비역 장교들이 일부 정치인들과 함께 나라를 구하자고 거리로 나섰다. 반성의 고백을 모르는 극우세력의 집단적인 이념적 근친상간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누구를 유혹하려 하는 것인지….

유혹은 그들이 넘치는 향기에 이끌리는 것이다. 눈물이 나도록 다가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분노와 탐욕으로는 만들 수 없다. 우선 스스로의 잘못을 고백하고 주먹 펴고, 눈꼬리 내리고, 호흡은 길게 판단은 정지하고, 온몸의 힘을 쭉 빼고 그냥 서있자. 저 깊은 마음자리에서부터 향기가 솟아 넘칠 때까지. 이 세상, 우주가 그 유혹의 향기로 가득차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썩은 내 진동하는 이곳에서 그대여 제발 나를 유혹해주오.

황보 진호 하늘북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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