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황인동 作 '새벽 등산길에서'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새벽 등산길에서

황인동

칡넝쿨과 등넝쿨이

서로 엉겨 뒹구는 걸 본다

나는 그 누구와 단 한 번이라도

저토록 껴안아 본 적이 있는가

바람을 안고 위를 향해 올라가는

저 눈물겨운 모습 앞에서

비로소 아름답다 말하리라

서로의 몸이 길이 되고

길을 만들며 나아가는 저 뜨거운 넝쿨도

어둠에 발이 걸려 수십 번 넘어졌을 것이다

넘어질 때마다 길 하나 새로 생겼을 것이다

새벽을 달리면서 어둠 툭툭 털고 나면

케케묵은 나의 관념들이 방뇨한다

곧은 줄기가 햇빛을 더욱 많이 받는다는 걸

새벽 등산길은 내게 넌지시 일러준다

아, 내 몸에 철철 수액이 흐른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새벽, 미명 속에 드러나는 자연은 더욱 그러하다. 맑은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기 때문이리라. '칡넝쿨과 등넝쿨이/ 서로 엉겨 뒹구는 걸' 보고 그 누구와 '저토록 껴안아 본 적이' 없는 '나'를 돌아보고 서로 다른 사물이 뒤엉겨 '서로의 몸이 길이 되'는 상생의 아름다움도 본다. 또한 '어둠에 발이 걸려 수십 번 넘어'지면 그것이 절망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길 하나 새로 생겨' 나는 희망적 삶의 원리도 알게 된다. 그뿐인가 '곧은 줄기가 햇빛을 더욱 많이 받는다는' 것도 새벽의 자연이 알게 한다.

세속적 욕망을 비울 때, 자연은 우리에게 스승으로 다가온다.

구석본(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쿠팡 대표와의 식사와 관련해 SNS에서 70만원의 식사비에 대해 해명하며 공개 일정이라고 주장했다. 박수영 ...
카카오는 카카오톡 친구탭을 업데이트하여 친구 목록을 기본 화면으로 복원하고, 다양한 기능 개선을 진행했다. 부동산 시장은 2025년 새 정부 출...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가 방송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그녀의 음주 습관이 언급된 과거 방송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박나래는 과거 방송에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