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전 6시 30분 경북도청 앞 광장.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에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부산으로 떠나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앙코르-경주 세계문화엑스포2006 협의차 캄보디아로 갔다가 귀국한 지 채 몇 시간도 안됐다. 그런데도 아침식사 조차 거른 채 그가 이른 새벽부터 다시 부산으로 바삐 간 이유는 무엇일까?
당초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세계한상(韓商)대회장에 가서 미주 한미식품상연합회(KARGO)와 도내 농수산물 판로 개척 및 수출물량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10시쯤 일본 '파친코의 황제'로 불리는 (주)마루한의 한창우 회장을 만나 경북도 투자를 제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 회장이 인척의 상(喪)을 당해 이날 오전 9시 급히 출국한다는 소식에 김 지사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외자 유치를 위해서는 잠깐만이라도 한 회장을 만나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
오전 7시 50분쯤 김 지사와 경북도 공무원들은 김해공항에 도착했지만 일면식도 없는 한 회장을 사진 한 장 달랑 가지고 수많은 탑승객들 사이에서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한 공무원이 '한창우 회장'이라고 쓴 피켓을 만들어 이철우 정무부지사와 맞들었다.
10분 뒤 공항 접견실에서 정식으로 만나게 된 한 회장의 손을 잡은 김 지사는 먼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한 회장은 "일개 사업가에게 도지사님이 새벽부터 먼길을 달려와 이렇게 환대할 줄 꿈에도 몰랐다."며 황송해했다. 김 지사는 "경북도가 잘살기 위해서는 이렇게라도 해야지요."라고 화답하며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김 지사는 이어 "울릉도를 '한국의 하와이'로 만들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회장님이 투자에 적극 나선다면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 회장은 "큰 환대를 해주신 만큼 투자제안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다음번 울릉도에서 만날 것을 약속해 주었다.
이날 내내 도청 한 공무원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김 후보가 내건 슬로건 '지발 좀 묵고 삽시다.'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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