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최연소 투자상담사 합격 대구외고 차승훈군

"눈 앞의 실적보다 업종 미래 가치 봐야"

"금융의 실제 흐름에 대해 알고 싶어 증권 공부를 시작했을 뿐인데 뜻밖의 결과가 나와 깜짝 놀랐어요."

1일 전국 최연소로 한국증권업협회의 제65회 투자상담사 시험에 합격한 차승훈(17·대구외고 영어과 2년) 군. 금융계 종사자나 취업준비생이 주로 응시하는 투자상담사 시험에 특목고 학생이 응시한 것부터 이례적이다. 밤 늦게까지 교실에서 친구들과 '야자'를 하는 평범한 고교생이지만 경제 얘기가 나오면 진지해진다.

중학교 때부터 경제학에 깊은 매력을 느껴 경제신문을 즐겨 읽었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꿈꾸며 외국어고에 진학했고, 금융의 흐름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주식에 도전했다.

"외고 합격이 결정된 중3 겨울방학 때 용돈 7만 원을 코스닥 종목에 처음 투자했습니다. 빨간글씨가 오른 종목이란 것 정도 밖에 몰랐어요."

첫 투자 종목은 국내 유수의 대체에너지 개발회사.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대체에너지가 각광을 누릴 것이란 생각에 과감히 용돈을 털었지만 오히려 석유관련 종목이 떴고 투자금은 금새 반 토막이 났다. 그 뒤에도 10여개 종목에서 '치고 빠지기' 식으로 데이 트레이딩을 해 봤지만 용돈만 날렸다.

'쓴 맛'을 본 차 군은 한 동안 주식을 잊고 지내다 지난 여름방학부터 모의증권 투자에 푹 빠졌다. 투자상담사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부터 였다. "모의증권 투자에서 1등을 하면 100만 원을 준다길래 종잣돈이나 만들려고 도전했는데 역시 어렵더군요. 대신 배운 것은 많습니다."

방학동안 증권회사의 주식 동향 이메일이나 경제 연구소의 보고서 등 경제자료를 접하면서 금융 흐름에 대한 안목을 하나 둘 키웠다. 주식에 대한 편견도 깨졌다. "흔히 주식을 로또처럼 여기는데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아요. 눈 앞의 실적보다는 그 업종의 미래 가치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하는데 이 때는 경제 공부가 필수죠."

차 군의 꿈은 색다른 세계적 규모의 은행을 만드는 것이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무보증 소액대출로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그라민 은행' 같은 은행을 만들고 싶다."는 차 군은 "요즘 은행은 대출금리를 높여 돈 벌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며 벌써 나름대로의 경영 방침까지 세워둔 듯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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