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품이 천국이다" 포옹을 하면…

호주에서 시작된 '자유롭게 껴안기(Free Hugs)' 운동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년 전 후안 만이란 청년이 시작한 이 운동은 인터넷을 통해 지구촌에 빠르게 전파됐고, 대구에도 상륙해 '거리 운동가'가 나타나는 등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후안이 처음 'FREE HUGS'라고 쓴 피켓을 들고 낯선 행인과 포옹하겠다고 했을 때 그는 정신병자 취급을 당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길거리에서 포옹한다는 것이 매우 이상하고, 어색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낯선 사람들끼리 신체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에겐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으리라.

그러나 이 청년과 껴안은 사람들은 곧 '포옹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체온과 체온이 전달되는 포옹을 하면서 사랑과 기쁨의 정을 나누게 됐고, 자연스럽게 동참자가 하나둘 늘어갔다. 나뭇가지 두 개가 걸쳐진 것이 사람 인(人)이라는 것에서 보듯 근원적으로 외로운 존재인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교류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포옹은 서로 온기를 전할 수 있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바디랭귀지다.

박용진(41) 진스마음클리닉 원장(소아정신과 의사)도 포옹의 힘을 굳게 믿는 사람이다.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포옹과 같은 피부접촉은 안정감과 소속감을 가져다 줍니다. 포옹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나는 소중한 존재다'란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인간은 친해지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고, 포옹은 그 같은 감정을 표출하는 자연스런 행동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부부나 부모-자녀 간 등 가족끼리 자주 포옹할 것도 권유했다. 자녀들이 학교에 갈 때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꼭 껴안아주라는 얘기다. 부부간에도 출퇴근 때 가볍에 포옹하는 것이 좋다. "말로 사랑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말과 함께 포옹하는 행동은 가족간의 사랑을 배가시킬 수 있습니다. 가족 간 사랑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할 수 있고, 가족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지요."

그는 '프리허그 운동'이 가정을 중심으로 우선 퍼져나가고, 나중에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했다. 포옹을 하면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돈 안 들이고 상처받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캐서린 키팅은 책 '포옹할까요'에서 포옹의 치료법을 소개했다. 포옹 치료법은 안거나 어루만지는 행위를 활용한 건강 증진 요법. 아이가 아플 때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 무엇보다 훌륭한 치료제란 얘기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포옹할까요'가 열거하는, 우리가 서로 포옹해야 하는 이유들은 유머러스하면서도 매우 진지하다. 자주 포옹하는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고, 포옹을 통해서 충만감을 느끼는 사람은 덜 먹게 되므로 비만방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스산한 날씨에 마음마저 우울해지는 가을. 오늘 퇴근 땐 자녀와 부인, 남편을 꼭 안으면서 '포옹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면 어떨까.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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