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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영화)으쓱! 배창호 감독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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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난다는 것은 '뜨거움' 때문이다.

그것이 분노이든, 열정이든, 아니면 가슴 속에서 진눅진눅 고름나는 상처이든…. 견딜 수 없기에 떠남으로 자학하는 것이 길의 여정이다.

배창호 감독의 17번째 작품 '길'은 그동안 길을 나서 길을 걷지 못하고 갇혀 있던 영화다. '단돈'(?) 5억 원의 제작비로 감독이 주연까지 하며 힘들게 만든 영화고, 만들고도 개봉도 못했다.

드디어 2일 개봉했다. 그나마 흔하디흔한 멀티플렉스의 스크린이 아닌 예술영화전용관에, 그것도 서울과 광주, 대구에서만 선보인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시골길. 한 사내가 길을 걷고 있다. 장터를 떠돌아다니는 장돌뱅이 태석. 그에겐 둘도 없는 친구 득수가 있었다. 그러나 득수는 노름으로 태석의 집을 날리고, 그 통에 태석은 감옥살이까지 한다. 득수는 태석이 없는 사이 그의 아내에게까지 음흉한 마음을 먹는다.

믿었던 친구에게 받는 배반만큼 큰 상처가 있을까. 태석은 그를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눈 덮인 산길을 걷고 또 걷는다.

'길'은 상처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속된 말로 참된 용서는 보복에서 나온다. 동물은 보복으로 용서한다. 그러나 인간은 용서로 보복한다. 들끓는 상처를 속으로 삭이고, 이를 화해로 뿜어내는 인간의 내연(內燃) 기관은 경이롭다.

평생 떠돌게 만들었던 득수의 죽음 앞에 장례를 치러주고, 남은 돈 모두를 영전에 놓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이제 그는 길 위에서 자유를 느낀다. 이것이 인생이다.

'길'에는 수많은 길들이 나온다. 눈 쌓인 시골길과 갯벌의 꽃길, 이글거리는 황톳길과 짠 소금길, 산으로 난 힘겨운 산길에 오솔길… 마치 인간 앞에 나 있는 수많은 길처럼.

'길'은 태석 역을 하는 배창호 감독의 여정 같은 영화다. '고래사냥' 등 한때 대 히트작을 낸 한국의 대표적인 감독. 그러나 한국 영화의 현실은 그에게 '독립영화'라는 작은 길만 내 주고 있다.

제작비를 조달하기도 힘겹고, 영화관 잡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그가 가진 메시지의 힘은 여전하다. 오히려 '관록'과 '세월'의 힘을 입어 더 크게 다가온다.

길 한쪽으로 거대한 여백을 남긴다거나, 말 없이 입김을 내뿜는 것으로도 그는 거대한 말을 하고 있다.

그것은 '뜨거움'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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