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왜관읍 금산공단 앞 골재 채취장. 강 바닥에 박아놓은 파이프를 통해 모래와 자갈이 쉼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5m 이상 높다랗게 쌓여 있는 모래더미 앞을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성주군 선원리 성주대교 아래 골재 채취장. 시끄러운 선별기 소리나 포클레인의 굉음도 없이 조용했다. 한쪽 구석에는 골재 채취 장비가 벌겋게 녹슨 채 방치돼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요즘에는 건설경기 침체로 작업을 하지 않는 날이 많다."면서 "골재 채취가 '황금알'을 낳는다고 한 얘기는 모두 옛말"이라고 말했다.
■골재 채취장의 현황은?
예전부터 낙동강은 '모래의 강'이라고 불렸다. 낙동강을 따라 오르내리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모래다. 예전 할머니·어머니가 찜질을 하던 그 모래는 억겁의 세월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다. 조사연구팀의 오대열(지질학) 박사는 "낙동강 본류가 화강암, 편마암 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며 "이 암석에는 석영 알갱이가 많이 포함돼 있어 오랜 세월 풍화돼 모래가 됐다."고 말했다. 낙동강이 골재 채취의 본산(?)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낙동강을 따라 가동 중인 골재 채취장은 모두 52곳. 대구 달성군 지역 7곳, 경북지역 28곳, 경남지역 17곳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골재 채취 허가를 받았다. 낙동강 곳곳이 골재 채취로 파헤쳐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류승원(이학박사)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은 "낙동강 본류에서만 연간 평균 1천800만 루베(㎥)가 사라지고 있고 칠곡군, 창녕군에서의 채취량이 가장 많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낙동강에서 모래를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달성군의 경우 지난해 7개 골재 채취장에서 81억 원의 세수를 올렸고, 올해 10월 말 현재 72억 원을 거뒀다. 군 관계자는 "채취료(세금)는 골재 판매량의 50% 정도이며 이 돈은 전액 치수사업에 사용된다."고 밝혔다.
■하천 바닥이 바뀌고 수중생태계 망친다
무분별한 골재 채취로 인한 악영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변의 수질 악화는 물론이고 식물성플랑크톤, 어류 등의 개체수를 크게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강바닥 진흙층을 휘젓는 작업공정으로 인해 물속 탁도(濁度·흐린 정도)를 증가시키고 바닥에 붙어있는 오염물질까지 방출시킨다는 것.
류승원 회장은 "강 바닥의 단면을 살펴보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울퉁불퉁하고 엉망진창이다."면서 "정부, 특히 국토관리청이 골재 채취량에 대한 통계자료 하나 없을 정도로 관리를 포기한 데다 지방자치단체가 세수증대를 이유로 마구잡이로 허가해준 결과"라고 했다.
조사연구팀이 골재 채취가 어류군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골재 채취장 아래위의 서식어종이 완전히 달라져 있음을 밝혀냈다.
골재 채취가 끝난 구미 지역을 사례로 보면 골재 채취로 인해 물 흐름이 완만하거나 정체된 소(沼)지점에서는 끄리가 우점종(優占種·82.6%)이었으며 물 흐름이 빠른 여울에서는 피라미가 우점종(80.5%)이었다. 끄리는 골재 채취장의 아래쪽에서, 피라미는 골재 채취장의 위쪽에 각각 살고 있음을 볼 때 수중생태계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나타낸다.
조사연구팀의 강영훈(원화여중 교사·어류학 박사과정) 씨는 "강 바닥을 파내는 바람에 먹이사슬의 교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피라미는 부착규조(식물성 플랑크톤)를 먹는 잡식성이고, 끄리는 곤충, 물고기를 잡아먹는 육식성"이라고 설명했다.
또 골재 채취로 하상이 크게 훼손된 왜관 지역에서는 골재 채취장 바로 아래 2곳에서 단 4종의 물고기만 서식하고 있었다. 인근 지점에서는 10~14종이 살고 있는 것에 비하면 다양성이 크게 떨어졌다.
강영훈 씨는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지점에서는 골재 채취를 금지하고 3, 4, 5월의 갈수기 때도 골재 채취를 피해야 한다."면서 "행정당국이 하천구역과 골재 채취 구역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완충지대의 설치 여부를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조사연구팀=영남자연생태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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