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럼즈펠드와 게이츠는 정반대꼴

브레진스키, "부시, 게이츠 지명은 가장 잘한 인사"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참패에 따라 첫 인사 조치를 당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지명자는 성격이나 정책 성향이 전혀 다른 정반대꼴이다.

럼즈펠드가 '불도저식'으로 자신의 명령을 남발하는 데 반해, 게이츠는 남의 말을 경청하는 '조심스런 플레이어' 스타일이다.

특히 럼즈펠드가 자기 주변에 네오콘을 포진시키고 당파적인 자세를 보여온 것과는 달리 당과 상관없이 4명의 대통령 밑에서 일을 했던 게이츠는 초당파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9일 이러한 게이츠에 대해 상당히 호평하면서 특히 이라크, 이란 등 중동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카터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의 게이츠 지명을 "지금까지 6년간의 임기중에 보여준 가장 잘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게이츠를 중앙정보국(CIA)국장으로 앉힌 것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W. 부시였으며, 브레진스키는 자신인 국가안보 보좌관이었을 당시 게이츠를 부하로 뒀었다.

브레진스키는 게이츠의 지명을 계기로 부시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수정되길 희망하기도 했다.

게이츠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부시 후보의 정책 조언가 그룹에는 속해 있지 않았으며, 지난 2004년 '외교협의회'(CFR) 보고서에서는 이란과의 대화 거부는 자멸의 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전직 관리의 말을 인용, "럼즈펠드는 대학때 레슬링을 한 반면, 게이츠는 등산을 했고, 게이츠는 남을 꼼짝 못하게 할 생각을 안하는 반면, 럼즈펠드에게는 남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 곧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게이츠를 '말은 부드럽게 하지만 굳건한 정신의 소유자' 로 소개하면서 많은 점에서 럼즈펠드와는 '안티테제(反)' 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게이츠가 22개월전 부시 대통령으로 부터 현재 존 네그로폰테가 맡고 있는 국가정보국장 자리를 제안받았으나 차마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텍사스 A&M 대학을 떠날 수 없어서 이를 거절했었다고 전했다.

게이츠가 이번에 부시 대통령의 요청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인 것은 "너무 많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

LA 타임스는 럼즈펠드가 국무부, 국가안보회의 정보 기관들을 제치고 국가 안보에 관한한 국방부를 제 1위의 부서로 확립시켰으며 헨리 키신저 이후 가장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어 럼즈펠드의 지지자들은 그의 단호한 결정, 미군 재배치 가속화, 시대에 뒤떨어진 무기 체제의 도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진전, 국내 안보의 새 방향 제시, 독일과 한국의 미군 재배치, 미군 재조직 등을 그의 업적으로 꼽지만 비판자들은 럼즈펠드가 "낡은 생각 때문에 오랜 경험이 별 장점이 되지 못했고,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않았다"면서 이라크전이 어려워진 것이 남의 경고를 무시하는 럼즈펠드 고유의 성향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는 것.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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