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철도공사 직원으로, 세 딸은 항공사 승무원으로 각각 철길과 하늘길 여행객의 안전과 편안함을 책임지는 '교통가족'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철도공사 안동사업소에 근무하는 황정규(59)씨와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다 6년 전 퇴직한 맏딸 순경(31)씨, 현재 승무원으로 맹활약 중인 둘째딸 순재(29)씨, 셋째딸 수현(26)씨 부녀다.
고향 안동에서는 이미 '교통가족'으로 소문이 난 탓에 승무원 지망생들이 입사 노하우를 배우려고 집으로 전화해 문의하거나 멀리서 직접 찾아와 조언을 구하기도 할 정도다.
둘째 순재씨는 "어느 날 외국 비행을 마치고 안동 집에 내려갔더니 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온 승무원 지망생에게 아무런 조언을 하지 못해 가슴 아파하시는 것을 보고 잠시 만나 하늘길 도우미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을 설명해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온 가족이 교통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게 된 데는 33년 전 옛 철도청에 들어간 아버지 황씨의 영향이 컸다.
철도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황씨는 늘 세 딸에게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며 친절이 무엇인지 가르쳤고 이런 집안 환경에서 자란 장녀 순경씨가 승무원의 꿈을 이루자 둘째와 셋째도 같은 길을 걷게 됐다.
막내 수현씨는 "한번은 큰 언니와 오르막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노인 분이 손수레를 힘들게 끌고 가는 모습을 봤는데 큰 언니가 곧바로 달려가 수레를 밀어주더라. 평소 이런 모습에서 친절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때로는 몸에 밴 친절이 병(?)이 돼 항공기를 내려와서도 승무원의 습성이 자신도 모르게 드러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길거리에서 극장위치를 물어보는 할머니에게 양손을 들어 방향을 가리키는 승무원 나름의 동작과 함께 길을 가르쳐 준 적도 있고 지하철을 탈 때도 선반이 늘 눈에 띄며 버스를 탈 때면 왠지 가장 나중에 타야 될 것 같은 생각을 수시로 갖게 된다는 것.
가족 모임에서는 승무원의 노하우가 큰 장점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집안 행사 때 부엌에서 음식을 내올 때 마치 '갤리'(항공기의 부엌)에 모인 것처럼 의논을 거쳐 각자 음식을 내갈 '서비스 구역'을 나눈다.
이 때 첫째 순경씨는 '탑 언니'(승무원 선임자)가 돼 진두지휘하고 둘째 순재씨가 '시니어'(고참 승무원)가 되며 셋째 수현씨는 '주니어'(신참 승무원)로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순재씨가 귀띔했다.
수현씨는 막내이기는 하지만 학창 시절부터 승무원 언니들의 모습을 보고 자란 덕택에 입사를 전후해 약간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입사 후 회사 선배인 언니에게서 생소한 비행용어를 쉽게 배울 수 있었고 나름대로 어려워했던 다림질의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었던 것.
그래서 입사 2년차인 수현씨는 승무원 지망생들에게 "서비스는 거울이기 때문에 자신은 좀처럼 느끼지 못하지만 서비스에 자신의 모습이 반영돼 있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로 승무원을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실무에 있어서도 항공서비스 관련 지식과 성실한 삶, 세련된 외국어를 구사하는 능력, 마지막으로 걸어서 태평양을 건널 수 있을 만큼의 체력도 강조했다.
딸들이 모두 승무원이지만 황씨는 승객으로서 딸들의 서비스를 몸소 체험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내년 정년 퇴임을 하면 부인과 함께 순재씨와 수현씨가 탑승한 비행기에 올라 딸들의 친절을 손수 점검(?)해 볼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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