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교에서 볼펜에 밀려 한동안 사라졌던 만년필 붐이 일고 있다.
휴대전화 텍스트 메시지와 e-메일의 홍수 속에서 문법에도 맞지 않는 틀린 영어 철자를 마구 쓰고, 글씨체도 엉망인 학생들을 보다 못한 현장 교육자들이 '만년필로 돌아가자'고 외치고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 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최근 스코틀랜드시험평가기관은 시험지에 답을 쓴 학생들의 글씨가 너무 엉망이어서, 채점자가 알아보기도 곤란할 지경이었다고 불평했을 정도다.
만년필 붐은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일고 있으며, 에든버러의 유명한 사립학교인 메리 어스킨 앤드 스튜어트 멜빌 초등학교는 아예 9세 이상 학생들에게 만년필 이외 다른 필기구는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때로는 펜촉에서 잉크가 새고, 잉크 카트리지가 터지기도 하며, 셔츠에 잉크 얼룩이 튀기도 하지만, 만년필은 영어 철자법의 기본을 익히고, 예쁜 글씨를 쓰는데 도움이 된다고 만년필 옹호론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멜빌 초등학교의 브라이언 루이스 교장은 만년필로 쓰는 게 학생들의 교육적 성취도와 자부심 향상에 모두 도움이 된다며 멜빌 학교 교사들은 모두 만년필로 글씨 쓰는 훈련을 따로 받은 뒤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루이스 교장은 "만년필로 쓰는 법을 배움으로써 훌륭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의외의 성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만년필 애호가로 유명하다. 스코틀랜드의 사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블레어 총리는 장문의 연설 원고를 만년필로 직접 써서 비서에게 넘기며, 무거운 처칠 펜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육단체인 '진정한 교육 캠페인'의 대변인은 "훌륭한 철자법, 필체, 문법, 구두점은 언어를 자신 있게 사용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며 글씨 쓰기 교육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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