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與 "대통령 자꾸 왜이러나" 비판 고조

열린우리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고질병인 당청(黨靑)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여당과 협의도 없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의하고 김근태(金槿泰) 의장의 면담요청을 수차례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대로 고조된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28일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적포기를 시사하고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첫 대통령이 안되길 바란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자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침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동안 '질서있는 정계개편론'에 밀려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이제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긴급 주요당직자 회의를 소집한데 이어 저녁에는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개최해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비대위원인 박병석(朴炳錫) 의원은 2시간 넘게 계속된 회의를 끝낸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정치는 당에 맡기고 국정에 전념해주길 바란다. 또 힘들 때일수록 책임있는 자세로 국정에 임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비대위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을 함으로써 당청관계를 악화시킴은 물론 야당에 비판의 소지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불안감까지 조성했으므로 '제발 정치에서 손을 떼달라'는 요구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는 임기를 1년여 남겨둔 대통령이 정치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당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정계개편 과정에서 대통령의 당적 등 당청관계 재정립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의원은 "비대위는 지금이 민생안정과 정기국회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언급, 당 지도부가 정계개편 로드맵을 제시키로 한 정기국회 때까지는 가급적 논의를 자제키로 했음을 피력했다.

한 비대위원은 "어느 한 쪽(청와대)이 화가 나면 다른 한쪽(당)이 말려야 국민들로부터 꼴값 떤다는 소리를 안듣는다"며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의 냉랭한 태도 못지 않게 일선 의원들의 반응도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충청권 초선의원은 대통령의 임기 발언에 대해 "임기를 그만두면 정치권은 동반궤멸이다. 대통령이 완전히 여야를 협박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민들을 자꾸 불안하고 정말 피곤하게 만들고 국가분위기를 우울하게 한다"고 성토했다.

당적포기 시사발언에 대해서도 우윤근(禹潤根) 의원은 "도대체 대통령의 메시지가 뭔지 진의를 모르겠다"며 "우리도 죽을 맛이다. 탈당을 하겠다면 우리당이 기를 쓰고 말릴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들로 인해 그동안 속으로 인내하면서 대통령을 옹호해왔던 당내 세력마저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당내 소수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우군으로 분류됐던 일부 친노(親盧)세력마저 청와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나서 주목된다.

김형주(金炯柱) 의원은 "청와대가 당에 소홀한 것은 문제가 있고 돌발적으로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한 것에 대해 당이 섭섭함을 표현한 것은 정당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당 내부적으로 대통령 탈당 얘기도 있으니 모든 집단이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당내 세력간에도 불만의 합리적 해소를 위해 선도 탈당이나 분당 등을 얘기할 시간이 다가온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헤어진 다음에도 연대와 통합의 길은 있다"며 '합리적 결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청와대와 당이 서로 불만을 표시하면서 장군멍군식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여정부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당청간 질서있는 역할분담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 탈당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 당이 직접 나서 대통령 탈당 등을 압박하는 형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광재(李光宰) 의원은 "당이 지나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임기말만 되면 대통령을 공격하고 흔드는 유행병이 더이상 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대통령을 공격한다고 해서 당이나 본인의 지지도가 오르는 것은 아니고 도리어 여권의 혼란만 가중한다"며 당 지도부의 자제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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