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암자가 있다. 영천 청통면 애련리 팔공산 자락의 묘적암(妙寂庵).
은해사를 지나 왼쪽 가느다란 산길을 힘들게 따라 올라가면 나타나는 이 암자에 성인 스님(한사코 사진 찍기를 거부했다)이 10년 가까이 혼자 살고 있다. 건장한 체격의 스님은 방금도 땔감을 하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촛불을 켜놓고 예불을 보고, 군불로 공양을 짓고 있습니다."
요즘 절은 사실 사치스런 면이 없지 않다. 신작로 같은 큰 아스팔트 길 내고, TV에 인터넷까지 완비된 절이 많다.
그렇게 보면 묘적암은 도시인들에게는 불편한 곳이다. 그러나 신심은 원래 고행이 필요한 법. 이 자그마한 암자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드물다.
"몇 년 전 우연히 들른 학승이 유학시절 미얀마 국왕에게 기증 받은 진신사리 봉안을 당부했다."고 한다. 요사채와 조그마한 법당 그리고 산신각이 전부인 이곳에 '불교마음수련원'을 열었다. 도시의 찌든 때를 벗겨낼 작은 수행공간이다.
"현대인들은 거의 혼을 뺏기고 살고 있습니다. 제 정신이 아니라 남의 정신으로 살고 있죠. 메고 이고 지고 살아가는데 왜 병이 안들겠습니까." 수용인원은 10명 남짓. 스님과 똑 같이 예불과 참선을 하고, 묵언도 실행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이곳이 봉삼골입니다. 봉황 세 마리가 둥지를 틀었다는 영기 서린 곳이죠." 종교에 대한 구분도 없다. 마음이 무거운 이들은 누구나 올 수 있다고 했다. 성인스님은 "일부러 전기를 넣지 않는 것도, 조금 더 불편한 것도 마음 을 다스리는 한 방법"이라고 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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