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 서핑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에 대한 재미있는 품평잉 눈에 띈다. 그 어느 것도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웃고 넘기기엔 아까운 것 같아 그 중 몇 가지를 간단히 소개해볼까 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운전 스타일로 풀이해본 패러디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은 국제면허 운전자-모범 운전자-임시 운전자-난폭 운전자-초보 운전자-무면허 운전자-음주 운전자-역주행 운전자가 이끄는 차를 타고 온 것으로 비유된다.
억지로 끼워 맞춘 면모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한다. 이 이야기대로라면 큰 사고 없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밥솥 이야기도 있다. A 대통령은 냄비로 밥을 해 먹었는데, B 대통령이 허리띠 졸라매고 일한 결과 압력밥솥을 새로 마련해 밥을 지었고, C 대통령과 D 대통령은 그 밥솥으로 잘 먹고 잘 살았는데, E 대통령이 누룽지를 긁어먹다가 바닥에 구멍을 내는 바람에, F 대통령이 신용카드로 전기밥솥을 장만해서 밥을 해 먹었는데, G 대통령이 100볼트용 전기밥솥을 220볼트에 코드를 잘못 꽂아 외상으로 산 전기밥솥마저 태워 버렸다는 이야기다.
더 웃기는 이야기도 있다. 모 재벌 총수가 청와대에 소를 한 마리 몰고 갔다고 한다. 그 때 역대 대통령의 반응 묘사가 참으로 가관이다.
A 대통령 : 팔아서 북진통일 비용에 보태라.
B 대통령 : 새마을 지도자에게 보내 농사일에 쓰도록 해라.
C 대통령 : 잡아서 부하들 회식이나 시키도록 해라.
D 대통령 : 본 사람 없지? 한 마리밖에 안 갖고 왔나?
E 대통령 : 내 아들한테 보내라. 그 애가 알아서 잘 할 거야.
F 대통령 : 북쪽의 김정일한테 보내줘라.
G 대통령 : 소 몰고 온 놈은 뇌물죄로 잡아넣고, 몰고 온 소는 코드 맞는 우리끼리 회식이나 하자.
물론 다잡아 무슨 의미 부여를 하기 보다는 한 번 웃어보자고 지어낸 이야기들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냥 웃어넘기기엔 너무 씁쓸하다. 그래도 우리가 뽑은 우리 대통령이 아닌가? 너무 부정적인 면만 부각된 것만 같아 안타깝다.
그만큼 우리나라도 민주화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는 면도 없지 않다.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의 대통령이나 수상도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완벽한 분은 한 사람도 없었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시대적 역할에 충실했다면 과언일까.
식민지에서 갓 독립한 나라의 대통령은 우선 국가의 자주독립에 비중을 둘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전승국의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라도 써야 했을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대통령은 잘 살아보자는 기치 아래 사심 없는 혁명가라면 괜찮을 것이고, 길을 잘 닦아둔 뒤라면 강력하게 밀고나가는 군인이라도 좋을 것이다.
민주화가 대세라면 물처럼 유연한 사람이 매개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었겠고, 민주화 운동의 공헌자가 있다면 그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비주류에게 개혁의 수레를 끌고 가게 함으로써 주류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내년엔 또 대통령 선거로 나라 안이 시끌시끌하리라 생각한다. 대통령의 선출과정이 비록 복잡하고 시끄럽더라도 제대로 된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혔으면 하는 것이 소시민으로서의 간절한 바람이다. 좌우로 분열하고 세대 간에 나뉘고 지역으로 갈라진 이 나라를 가지런히 수습하여 선진국으로 이끌고 갈 사람이 우리의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을 벌이고 사건을 만드는 사람보다는 바닥을 다지고 내실을 기하는 그런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헝클어진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줄 참빗 같은 사람이 우리의 다음 대통령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오철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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