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부금품 모집 등록제 전환…불투명 집행 우려

올 겨울, 거리의 모금 풍경이 달라질 전망이다. 기부금품의 모집 제한이 대폭 완화되면서 일정한 요건을 갖춰 등록하면 누구나 모금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모금의 목적도 이웃 돕기나 문화예술, 환경 보존, 자원 봉사 등으로 다양해졌다. 그러나 모집된 기부금품의 집행에 대한 점검·관리가 어렵고 '우후죽순'식의 모금 활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9월 '기부금품의 모집과 사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 기부금품 모집을 허가에서 등록으로 전환했다. 기부금품의 모집·관리 등에 들어가는 경비도 기부금 총액의 2%에서 최대 15%까지 확대해 모금 활동의 문턱을 낮췄다. 모집 목적도 교육·문화·예술·과학 등의 진흥사업과 환경보전, 보건·복지 증진, 국제교류 및 협력, 시민참여·자원봉사 사업 등 거의 전 분야로 확대했다. 이전까지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정부의 허가가 필요했고 이 때문에 수해의연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공동모금회와 구세군이 모금 사업을 도맡았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기부금품 모집을 위해 등록한 단체는 아직 없는 상태. 그러나 시는 성금 모금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연말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상당수 단체가 등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기부금품 모집 활동이 쉬워지면서 과열 모금과 불투명한 집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여러 단체들이 난립해 경쟁적으로 모금 활동을 펴면 기업과 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것. 또 기부금품의 모집 상황과 사용 내용을 보여주는 장부와 서류 등을 작성하고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실사가 이뤄질 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단 한 명뿐인 담당공무원이 관련 서류와 감사 보고서를 모두 검토하고 모금 사무실 등 현장 실사를 나가야 할 형편이어서 제대로 된 사후 관리가 힘들다는 것.

방성수 경북 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기부금 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자칫 거리에서 모금함을 들고 다니며 시민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정체불명'의 단체들이 판 칠 수도 있다."며 "모금 집행이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세정담당관실 관계자는 "과열 모집을 막고, 모집 목적을 벗어난 모집자에게 강력한 제제를 할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며 "모금자가 공인회계사나 감사의 보고서를 첨부해 제출하지 않거나 부정하게 사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는 만큼 부정 모금 행위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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