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포럼] 국회의원 보좌관 증원의 득실

사학법 재개정 법안 등 올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약 3천 건에 달한다고 한다. 본회의에 오른 것만 600여 건에 처리된 것은 255건이라 보도됐다.

잠자는 법안이 너무 많다. 처리되지 못하는 법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기에는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인한 정쟁(政爭)도 한 원인이 되겠지만 최근 60%가 넘어선 초선의원들의 의욕적인 의정활동도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사실 3천 건이 넘는 법안을 정기국회와 임시국회기간 동안 통과시키려면 국정감사기간 , 휴회기간 ,대정부질문기간 등을 빼고 나면 본회의에서만 하루 100여 건 이상 처리해야 한다. 과연 가능한 것일까 ?

국회의원보좌관을 늘리기 위한 법안이 추진 중이라고 한다.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보좌관수는 지금의 2배 이상 되어야 하고 의원수도 늘려야 한다고 본다. 국민 정서상 국회의원을 늘릴 수 없다면 최소한 보좌관이라도 늘려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의원 보좌관제도 채택도 하루빨리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극도로 불신받는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은 제 밥그릇 챙기는 의원들을 비난하며 발끈할지도 모른다. 보좌관을 늘리자는 말이 정신나간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의원들 역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여론이 두려워 조심스러운 태도다. 물론 보좌관을 늘려 몇몇 의원들의 배만 채울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큰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나라 국회의원 보좌관은 6명이다. 지방의회는 아직 보좌관을 두고 있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여직원과 운전기사를 제외하면 4명이 일을 한다. 이 4명이 대정부 질문, 국정감사, 법안 심사, 지역구활동, 후원회활동, 민원처리, 지인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한다. 국정감사 때는 정부와 관계기관 답변서 수만 쪽을 읽고 고민해야 한다. 과연 가능할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법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정치논리로 입장정리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좋은 법안들이 국회 창고에서 햇빛 한번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하원의원 보좌관이 20명, 상원의원은 큰 주에는 60명 가까운 곳도 있다. 상·하원에 약 1만 5천 명의 보좌관이 있어 의원 1인당 약 30명의 보좌관을 두는 셈이다.

보좌관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세금부담이 더 늘어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의원이나 의원 보좌관을 늘릴수록 국민세금부담은 줄어들 가능성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의아하겠지만 간단히 부연설명 한다면 2005년 한해 동안 해외유학에 쓴 돈만 3조 4천억 원이다. 교육부 1년 예산과 거의 맞먹는다. 해외유학을 하지 않고 국내에서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교육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을까? 자동차 번호판이 최근 2번이나 바뀌었다. 한번 교체하는데만 4천억 원 이상 국민 부담이 발생한다.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면 낭비되지 않아도 될 몇천억 원이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 돼 버린 것이다. 이 외에도 예산낭비 사례는 부지기수다. 댐을 만들었는데 쓸모가 없어 수백억 원을 낭비하거나 고속도로공사 노선을 정책입안자의 이해관계로 선형을 변경, 1천억 원 이상 부담이 늘어난 사례 등 우리가 익히 들어온 사건 몇 가지만으로도 1년 국회 전체 예산을 훌쩍 뛰어 넘는다.

술안주 삼아 국회의원들을 비난하고 욕을 해도 올해 국회 예산은 3천566억 원에 불과하다. 정부 예산이 200조가 넘는 상황에서 국회 1년 예산 비율은 0.18%밖에 되지 않는다. 하급기관인 문화재청규모와 비슷하다. 전문가들 견해로는 잘못된 정책 등으로 낭비되는 예산이 거의 40조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299명 의원 중 몇 명의 의원이 제대로 의정활동을 한다면 일 년에 수천 억, 수조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초고속 인터넷으로 사회는 급격히 변해가고 복잡 다양해져 가는데 국회의 일처리 시스템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지금 우리 국회가 시스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업무처리를 강요받으며 일하지 않고 정쟁만 일삼는다고 비난받고 있는 사이 감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선 세금이 줄줄 새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

국민 모두가 보좌관 증원문제를 대승적으로 봐 주길 바란다.

박상현(대경대 교수·전 국회사무총장비서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