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생활을 하면서 '얌통머리'라는 말을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파트 생활의 불협화음은 거의 모두 '얌통머리' 없는 짓에서 생기는 일입니다."
KT 대구본부 홍보실 팀장으로 근무하다 명예 퇴직한 이응수(64) 씨가 '아파트 경비원'(마음과 숲 펴냄)을 냈다. 통상 경비원하면 갈 곳 잃은 봉급쟁이의 종착역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씨는 "사람을 보는데 아파트만한 공간이 없다."고 했다. 책에는 '남쪽나라 아파트'로 나오지만 대구의 모 아파트단지에 2년간 경비원 생활을 하며 보고들은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전원일기'가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아파트 경비원'은 마치 개미집처럼 알콩달콩 진풍경이 벌어지는 '아파트 일기'인 셈.
보일러가 고장 났다고 와 달라는 야한 속옷의 아줌마, 가스배관을 타고 6층까지 올라가 사랑을 고백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 애인에게 몰래 아파트를 얻어주고 드나드는 한 남자 등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아파트 생활의 스트레스는 거의 모두가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생깁니다." 고층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 함부로 하는 주차, 위층의 소음, 화단에 강아지 용변을 버리는 일 등이 모두 이런 '얌통머리 없는 이'들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초판으로 5천부를 찍었는데, 한 달도 안 돼 거의 다 나갔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이 쓴 책이다 보니 인기다. 교보문고도 추천도서로 선정했다.
"지금은 퇴직자의 노후생활을 쓰고 있습니다."
이 씨는 소설가며 논픽션 작가다. 197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됐다. 신동아 등 여러 월간지에 응모에 논픽션 부문에만 4차례 상을 받은 적이 있다. 장편소설 '달이 뜨면 갓바위에 오릅니다' '저 문밖에 바람이'를 냈으며 에세이집 '영부인은 직위가 아닙니다' 등을 낸 바 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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