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납치사기' 중국계 폭력조직 개입의혹

중국서 협박전화, 한국서 돈 인출…대만인 등 6명 검거

최근 잇따라 발생한 납치협박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관악경찰서는 18일 이번 사건에 중국계 폭력조직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범행에 쓰였던 차명계좌를 만들어 공범에게 넘긴 혐의로 대만인 장모(40)씨와 한국인 김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최모(2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장씨 등에게서 차명통장을 건네 받아 또 다른 공범에게 넘겨 피해자가 입금한 돈을 인출하도록 한 혐의로 후모(30)씨 등 대만인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모 여행사 가이드인 장씨는 올해 11월 동료 직원 김씨 등을 통해 이모(28)씨 등 6명에게 계좌당 7만원씩 주고 이들 명의의 통장 27개를 만들어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 등은 이번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대만인 S씨의 지시로 한국을 드나들던 후씨 등에게 계좌당 40만원씩 받고 통장을 넘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S씨는 한국말을 잘 하는 사람을 통해 지난 14일 서울 삼성동 정모(52)씨에게 '아들을 납치했으니 돈을 입금하라'고 협박전화를 건 뒤 차명계좌에 500만원이 입금되자 한국에 있는 조직원을 시켜 신림동 모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280만원을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가 입금한 돈 가운데 나머지 220만원은 피해신고를 받은 경찰이 지급정지 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인출에 실패했다.

경찰은 후씨 등이 통장을 다른 공범에게 넘겼다고 진술했지만 자신들이 직접 인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은행 폐쇄회로TV(CCTV) 화면 분석 등을 통해 중국으로 돈이 넘어간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명계좌 가운데 일부가 최근 국세청 직원을 사칭해 계좌이체를 통해 송금받는 세금환급 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확인, 두 사건의 연계성을 캐고 있다.

경찰은 중국에서 무작위로 협박전화를 걸고 현금인출 등을 위해 조직원을 한국에 보낸 점이 중국계 폭력조직 삼합회(三合會)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환급사기 사건과 수법이 비슷한 점에 주목, 동일범의 소행 여부를 조사 중이지만 모방범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제주와 용인 등 전국 곳곳에서 신고된 가짜 납치협박 전화가 31건에 달하는 사실을 밝혀내고 S씨 등이 관여했는지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S씨에 대한 조사를 위해 중국 공안당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키로 했다.

경찰은 "범인들은 계좌 개설이 쉽고 인출 한도가 높은 점을 이용해 한국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가족을 납치했다며 협박전화가 걸려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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