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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密雲不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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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과연 어떤 내용의 글이 뽑히려나. 이맘때면 은근히 관심 가는 것 중의 하나가 '올해의 四字成語(사자성어)'다. '교수신문'이 지난 2001년부터 연말마다 그해 우리의 사회 상황을 묘사하는 넉 자 글을 고전을 빌려 발표해오는 것이 때로 무릎을 칠 만큼 절묘하여 국민의 공감을 살 뿐더러 팍팍한 세상살이에 재미스럽게 여겨지는 때문이기도 하다.

◇교수신문이 자체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교수 208명에게 6개의 사자성어를 제시한 결과 2006년의 사자성어로 '密雲不雨(밀운불우)'가 선정됐다. 周易(주역)의 '小畜卦(소축괘)'에 나오는 글로 "구름만 잔뜩 끼어있고 비는 오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글자의 이미지부터가 갑갑해 보인다. 비가 오면 오고 말면 말든지 해야할 터인데 구름만 빽빽할 뿐 내릴 낌새조차 없으니 말이다. 말 그대로 여건은 성숙됐지만 정작 아무 일도 성사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다.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국민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른 점, 부동산 가격 폭등,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갈등과 답답함, 북한 핵실험에 따른 불안감….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건 없고 불만과 불안감만 잔뜩 증폭시킨 사회 상황이 이번 사자성어 선정의 이유가 됐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6년째 이어지는 교수신문의 역대 사자성어를 보면 정말 답답할 뿐이다. 2001년 '오리무중', 2002년 '이합집산', 2003년 '우왕좌왕', 2004년 '黨同伐異(당동벌이:한 패가 아니면 배척)', 2005년 '上火下澤(상화하택:서로 이반하고 분열)'. 하나같이 갈등과 분열로 얼룩진 모습들이다.

◇일본도 1995년부터 연말에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공모를 통해 '올해의 한자'를 선정해 오고 있다. 2006년의 한자는 '목숨'을 뜻하는'命(명)'. 일 왕실 41년 만의 첫 남아 출산, 집단괴롭힘 등에 따른 자살 사건 등에서 "하나뿐인 목숨의 소중함"을 통감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震(진-고베 대지진)', '食(식-식중독 사건), '毒(독-독극물 사건)' 등 일본인들로서는 뼈아픈 글자들도 있지만, 작년의 '愛(애)', 2004년 한류 붐을 드러낸 '韓(한)'등 말랑말랑한 것도 적지 않다. 내년 이맘때면 우리도 좀 상큼하고 즐거운 사자성어가 나왔으면 좋겠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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