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욕탕 주의보'…대구서만 한달 새 노인 5명 돌연사

급격한 온도변화 심장발작·뇌졸중

지난 18일 오전 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목욕탕. 뜨거운 온탕에 몸을 담그고 있던 이모(75) 할머니가 갑자기 정신을 잃어버렸다. 이 할머니는 곧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찰이 추정하는 사인은 '심장마비'. 고혈압과 신부전증으로 몸이 쇠약했던 할머니가 욕탕의 뜨거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4일 오후 대구 중구 인교동의 한 목욕탕에서는 강모(71) 할아버지가 온탕 안에 가라앉은 채 발견됐다. 놀란 종업원이 응급조치를 한 뒤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강 할아버지도 평소 고혈압에 시달렸고 지난 6월에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 사이에 대구시내에서만 5명의 노인이 목욕 도중 숨지는 등 최근 들어 노인들이 목욕탕이나 찜질방 등에서 돌연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노인들에게 겨울은 잔인한 계절이다. 몸의 적응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질병과 돌연사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 또한 겨울철 낙상으로 숨을 거두거나 오랜 지병 등으로 신세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때 이른 죽음을 맞는 노인들의 수는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 지역에서 사고나 자살, 과실, 재해로 인해 숨진 61세 이상 노인은 모두 1천155명. 이는 2004년 945명에 비해 18.2%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과실로 인한 사망은 2004년 537명에서 지난해 665명으로 19.3% 증가했고, 자살한 노인 수도 389명에서 473명으로 17.8% 늘어났다.

겨울철에 노인들의 돌연사가 잦은 이유는 몸의 적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찬 기운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돼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성욱 대구 동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목욕탕에서 무리하게 땀을 낼 경우 탈수로 인해 혈관이 막힐 수 있고, 냉탕과 온탕을 갑자기 오갈 경우 심장에 무리를 주게 된다."며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고 보온에 신경 써야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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