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앞을 볼 수 없는 침체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마라톤이 내년 봄 부활을 꿈꾸며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한국 마라톤은 5연패에 도전했던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지영준(25.코오롱)과 김이용(33.국민체육진흥공단)이 메달권에도 근접하지 못한 채 각각 7위, 14위로 처져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이보다 앞서 2003년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5년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주요 대회마다 번번이 실패를 경험했다.
생애 34번째 풀코스 완주를 한 이봉주(36.삼성전자)가 올해 국내 최고기록(2시간10분49초)을 세웠을 만큼 빈약한 선수층인 데다 젊은 유망주들에겐 동호인 마라톤 열풍과는 반대로 '3D 종목'이란 인식까지 퍼져 엘리트 마라토너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허탈감에 젖은 지도자들은 제대로 훈련도 시켜보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대회에 나서기 일쑤였다. 세계기록이 '마의 2시간 5분' 벽을 깼지만 국내에선 2시간12분-13분대 선수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 됐다.
국내 마라톤을 지탱해온 양대 팀 삼성전자와 코오롱, 그리고 올해 창단한 대우자동차판매는 내년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겨울을 극적인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엄효석(22.건국대), 신철우(22.한양대), 황규환(17.심원고) 등 신인들을 뽑아 내년 상반기 풀코스 마라톤에 투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했다.
지난 19일부터 제주 훈련에 들어간 남자 마라톤팀은 1월 초 경남 고성 전훈을 거쳐 2월에는 일본 남부로 남아갈 예정이다.
팀의 맏형 이봉주도 마지막 투혼을 불살라 2시간9분대 기록을 내겠다며 띠동갑 후배들과 뜀박질을 시작했다.
여자 마라톤의 희망 이은정(25)도 방황을 끝내고 다시 러닝화 끈을 조여맸다.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은 "새로 들어온 선수들을 곧장 풀코스에 투입하고 내년 8월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목표로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1990년대 한국 마라톤의 역사였던 코오롱도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
'포스트 이봉주의 선두 주자' 지영준이 도하에서 좌절했지만 내년 상반기 2시간7분-8분대 진입을 위해 올 겨울 고강도 훈련을 실시한다.
지영준을 지도하는 정하준 감독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했지만 연초부터 서둘러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새 걸음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후발주자로 실업 마라톤에 뛰어든 대우자동차판매도 기존의 조근형(26)에다 장신권(23), 허인구(26), 김구용(18)을 영입해 팀 체제를 갖추고 내년 1월8일부터 두 달 간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로 고지 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백승도 대우자판 마라톤 감독은 "경험이 없는 선수들에게 해발 1천800m 고지훈련을 시키는 게 다소 위험이 따를 수도 있지만 기록 단축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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