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는 의미는 누구나 각별하겠지만 새로 대입 수험생이 되는 고교생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특히 올해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 시행 첫 해여서 각별함 못지않게 부담이 크다. 그들의 뒤를 잇게 될 고교 1학년생, 예비 고교생들도 관심을 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10년 이상 공부를 뒷바라지한 학부모들의 답답함은 이보다 훨씬 더할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알고 여유 있게 준비하면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달라지는 입시제도의 내용과 방향, 대책을 점검해본다.
▨ 무엇이 달라지나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기준이 되는 전형요소는 크게 학생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대학별 고사로 구분된다. 2008학년도에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학생부와 수능의 표기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원점수와 표준점수, 등급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됐지만 이제는 학생부와 수능 모두 1~9등급 사이의 등급만 나타난다. 이는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축소된다는 뜻이다.
학생부의 경우 수시모집 1단계 전형에서는 비중이 크지만 당락은 대학별 고사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정시모집에서는 외형상 전체 전형에서의 반영 비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지지만 실질반영비율은 대부분 대학에서 10% 이하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등급이라는 요소까지 가미되면 영향력은 더 떨어진다.
수능은 9등급제가 되면 지금보다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시모집의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한다는 점, 정시에서 등급을 지원자격화하거나 점수화해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점수제에서의 변별력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논술과 구술·면접으로 시행되는 대학별 고사는 종전보다 한층 더 중요한 전형요소가 됐다. 학생부와 수능 등급제에 따른 변별력 저하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상위권 대학 대부분이 수시와 정시, 인문계와 자연계를 가리지 않고 시행할 계획이어서 어지간한 수험생은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 등급제의 명암
학생부와 수능에 도입되는 등급제는 점수 중심 입시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점에서 향후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시 사상 처음으로 총점이 높은 학생이 낮은 학생보다 불리해지는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7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수리 가는 만점인 145점을 받았지만 물리Ⅱ는 68점을 받은 수험생 A와 수리 가에서 134점, 물리Ⅱ에서 70점을 받은 수험생 B가 있다고 하자. 수리 200점, 탐구 4과목 200점 만점으로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할 경우 A는 179점(145+68×0.5), B는 169점(134+70×0.5)으로 10점 차이가 난다.
그러나 같은 사례를 2008학년도에 적용할 경우 A는 수리 가 1등급, 물리Ⅱ 2등급(1등급 구분점수 69점)으로 수리 가(1등급 구분점수 134점)와 물리Ⅱ 모두 1등급을 받은 B에 비해 불리해진다. A는 물리Ⅱ 1점 차이로 인해 B가 지원하는 대학에 아예 지원조차 못 할 수도 있다. 점수로 환산한다 해도 등급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다. 이는 학생부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2008학년도 입시에서 도입되는 등급제는 등급 구분점수 1점 차이로 수십 만 수험생의 희비가 엇갈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과의 비합리성에 불복하는 수험생도 그만큼 양산될 수밖에 없다.
▨ 죽음의 트라이앵글-오해와 대책
'학생부 비중이 높아져 학교 성적과 비교과 관리에 신경 써야 하고, 수능 준비도 소홀히 할 수 없고, 대학별 고사도 준비해야 하고…' 올해 수험생이 되는 고교 2학년생들이 2008학년도 입시를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부르는 이유다.
학생부와 수능, 대학별 고사라는 세 요소를 따로 놓고 보면 학생들의 푸념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사들과 입시전문가들은 지나친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기관들이 세 요소를 분리해 과장한 데 따른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한갑수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은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심화시키면 내신과 수능은 좋을 수밖에 없고, 대학별 고사도 어렵지 않게 치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단, 공부 방법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은 학생부와 수능이 등급제가 되는 점을 감안해 취약 과목이 없도록 전 과목에 걸쳐 고르게 시간과 노력을 배분해야 한다. 전교생이 200명인 고교의 경우 국어, 수학, 영어를 1등, 1등, 9등 해서 영어 2등급을 받는 것보다 8등, 8등, 8등 해도 모두 1등급을 받는 학생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하위권 학생도 마찬가지다.
대학별 고사의 경우 교과서의 기본 개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자신의 수준에 맞춰 심화시키는 정도로 대비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자연계 수험생의 경우 수학과 과학 실력이 중요하므로 학교 시험과 수능을 준비하면서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인문계 수험생은 전공 특성상 논술만으로 충분한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면접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큰 영어 공부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 대학별 고사의 실체와 준비
에버렛 라이머는 '학교는 죽었다'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교육은 체로 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2008 입시가 그 전형이다. 상위로 올라갈수록 체의 구멍이 넓어지고, 같은 대학이라도 전형 단계가 지날수록 구멍이 넓은 체를 통과해야 한다. 마지막 체라고 할 수 있는 대학별 고사는 전형의 최종 단계에서 당락을 좌우한다. 그러나 사교육기관들과 언론들은 이런 측면만 보고 대학별 고사의 중요성을 왜곡, 과장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2008학년도부터 도입되는 통합교과형 논술, 다면사고형 논술 등이 오히려 기존의 논술보다 대비가 쉬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 논술고사의 경우 지금까지는 하나의 논제에 대해 2천500자 안팎의 논술문을 쓰는 방식이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해당 논제에 대한 개인적 지식과 관심, 철학적 입장 등에 따라 답안의 수준이 달라질 가능성이 컸다. 우연성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대학도 수험생 개개인의 수학 능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적극적이고 단정적인 채점은 어려웠다.
그러나 서울대가 밝힌 통합논술 예시를 보면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변별력을 높이고, 객관적인 채점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300~700자 정도의 문제를 3~5개 정도 주고 각각 비판적 읽기 능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논증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에는 우연성이 작용할 여지가 그만큼 적다. 여타 대학들의 예시를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조만간 발표될 대학들의 최종 예시 문항이나 출제 방향 역시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에서 출발해 보편적인 이해가 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보고 준비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 그 전에는 교과의 기본 개념을 정리하면서 학교 시험과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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