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梅(고매)
조운
매화 늙은 등걸
성글고 거친 가지
꽃도 드문드문
여기 하나
저기 둘씩
허울 다 털어 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
'저 매화에 물을 주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이는 퇴계 선생입니다. 무려 일백 편이 넘는 매화시를 읊은 데다 스스로를 '眞知梅者(진지매자)'라 할 만큼 선생의 매화 사랑은 자별했지요. 매화는 은일의 처사이자 탈속과 고절의 상징입니다.
그런 매화의 기품을 격조 있는 시조 한 수로 풀어냅니다. 매화이되 '늙은 등걸'의 '성글고 거친 가지'에 '꽃도 드문드문/ 여기 하나/ 저기 둘씩' 맺히는 것이지요. 꽃잎은 희다 못해 푸른 기운이 감돌고, 차고 맑은 향기가 코끝에 남습니다.
짐짓 뒷말을 끊어 버린 종장은 陋俗(누속)에 굴하지 않는 정신의 품격을 보여줍니다. '허울 다 털어 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매화는 결코 추위에 향기를 팔지 않습니다. 매화가 사군자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까닭도 기실 여기에 있지요.
매화더러 '梅兄(매형)'이라 부르던 옛 시인의 아취를 좇아 달빛에 '고매'와 마주앉아 술잔이라도 기울인다면! 일찍이 백마의 초인 이육사가 눈 내리는 광야에서 홀로 아득히 기다리던 것도 다름 아닌 '매화 향기'임에랴.
박기섭(시조시인)
※ 올해부터 화·수요일은 '시와함께'를 계속하고, 목요일에는 '시와함께' 대신 '목요 시조산책'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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