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들을 만나면 독일인들이 운전을 잘한다고 말한다. 제멋대로 운전하는 '미꾸라지' 운전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면서 자신은 물론 보행자와 다른 운전자의 안전을 생각하며 운전한다는 의미다. 신호등 없는 네거리에서 정해진 우선권에 따라 통행하거나 정지선 지키기, 먼저 양보하기, 구급차에 길 터주기 등 독일인의 좋은 운전 습관은 定評(정평)이 나 있다.
○…지구촌 모든 나라에서 신호등의 적색은 '정지', 녹색은 '진행'으로 약속하고 있다. 열차 통행에서 처음 신호등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피의 색깔인 적색은 '위험'의 신호로 채택돼 쓰였다. 철도 초창기인 1830, 40년대에는 녹색이 '주의', 백색(무색)이 '진행' 신호로 이용됐다. 하지만 백색등이 일반 조명과 구분이 잘 되지 않는 단점이 노출됐다.
○…1914년 미국의 한 역에서 큰 충돌 사고가 났다. 적색의 정지 신호등의 색유리가 깨져 기관사가 백색등으로 착각하고 그냥 달려버린 것이다. 이후 녹색을 '진행' 신호로, '주의' 신호는 황색으로 대체했다. 황색을 도입한 것은 나머지 두 색깔과 가장 선명하게 대비되는 색이기 때문이다. 이런 철도 신호등은 도로 신호등으로 확산돼 1920년대 초 미국 디트로이트에 최초의 근대적인 자동 신호등이 등장했다.
○…경찰청이 횡단보도 보행신호 시간을 노약자 등 걸음이 느린 사람에 맞춰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횡단보도 보행신호 길이는 건강한 성인이 걷는 속도인 초속 1.0m에 맞춰져 있는데 초속 0.8m로 바꾸기로 했다. 이 경우 보행신호 시간이 20∼25% 늘어나 여유를 갖고 건널 수 있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도로에서 보행자가 오래 대기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보행자 작동 신호기'도 확대 설치한단다.
○…원활한 차량 疏通(소통)에 초점이 맞춰졌던 교통정책이 보행자 중심으로 바뀐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유럽 각국의 도로 교통 시스템을 경험해 보면 철저하게 보행자 중심으로 되어 있다. 차가 다니지 않으면 보행자가 서슴없이 건너고, 보행 신호등이 적색이더라도 보행자가 건너면 차들이 멈춰 선다. 개혁은 이처럼 생활 주변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의식의 전환이 큰 개혁을 이루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우리는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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