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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이상국 作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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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소한 날 나는 울산에 있었다

바닷가 허름한 식당 문짝에 고래고기 메뉴가 보였다

파주 어디에선가는 기러기탕을 팔던데

세상에, 그 아름다운 짐승들을 잡아먹다니

사람들은 못 먹는 게 없지만

먹을 게 늘 모자라는 모양

대왕암 보러 가는 길에 바람이 맵다

할머니 제사도 이맘때였다

어머니는 할머니가 하도 이악해서

해마다 날씨가 춥다고 했다

전 우주가 동참하는 소한 추위를

당신 시어머니 한 사람 인격과 맞바꾸다니,

우리 어머니는 참 대단하다

그러나 정말 이악해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힘들어서 강퍅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들은

기러기를 탕 해 먹고 고래를 잡아먹는 게 아닐까

천리 북쪽 집에서 내 아들 바우는

자기 꿈이 안 보일까 봐 밤마다 안경을 쓰고 잔다

그러나 나는 지금 안경도 없다

소한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는 얼마나 이악할까

추우니까 집에 가고 싶다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겠지요. 우리가 강퍅한 건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렇다고.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겠지요. 하지만 그 아름다운 짐승들:고래, 기러기를 잡아먹는 건 좀 너무했다 싶네요. 하긴 전라도 어디에선 눈도 못 뜬 애기돼지를 찜해 먹는다는데. 지구상의 동물들, 인간을 뺀 모든 동물들, 새벽에 눈 떠 해 저물도록 돌아다녀도 그 작은 배를 다 채울 수 없다는데. 하기야 인간만큼 더 큰 위장 가진 동물은 없으니까. 시방세계 두루 삼켜도 모자랄 위장을 지녔으니까. 그 위장 채우기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겠지요.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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