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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이시훈 作 '늑대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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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잡는 법

이시훈

에스키모인들이 늑대 잡는 법 : 피 묻은 칼날 위에 얼음을 얼려 세워둔다. 피 냄새를 맡은 늑대들이 얼음을 핥아낸다. 이내 날카로운 칼날이 드러나지만 이미 감각이 둔해진 혀는 핥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칼날에선 자신의 피가 흐르고, 피의 향에 길들은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피인 줄도 모르고 끝장을 볼 때까지 핥다가 너덜너덜 찢어진 혀를 빼어 문 채 눈밭을 붉게 물들이며 늑대는 죽어간다.

아름다운 사과의 속살에 박힌 독, 달콤한 사탕 안에 녹아있는 치명적인 독. 죄짓는 일은 언제나 감미로워 목숨을 걸 만큼이다.

- 내 안에 늑대가 있다.

뭐든 중독된다는 건 무서운 일. 도박, 마약 중독이 무섭다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중독이 밥 중독이라든가. 하지만 진짜 심각한 것은 사랑 중독이 아니겠는가. 사랑이라는 환상, 사랑이라는 열정. 그 화염에 휩싸이면 삼천대천세계가 순식간에 다 타버린다. 그럼에도 그 불길에 뛰어드는 사람 아직도 사라지지 않으니 정말 알 수 없는 일. 금기가 있으니 욕망이 생기는 것인가, 욕망이 있기에 금기가 생기는 것인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독이 없는 복어는 복어가 아니란 것. 문제는 독은 항상 "치명적"이라는 것. 독은 항상 "끝장을" 원한다는 것. 독자여, 꿈을 잃어버린 이 부박한 삶, 독을 핥고라도 견뎌야 보자요.

그런데 따로 떼어놓은 저 마지막 행은 뱀 꼬리가 아닌가?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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