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일본의 유력한 정치 지도자였던 기타바타케 치카후사(北 親房)는 '신황정통기(新皇正統記)'라는 저서에서 "옛날 일본은 삼한(三韓)과 같은 종족이라고 전해오고 있다. 그런데 그와 관련된 책들이 칸무(재위 781~806년) 천황 때 모두 불태워졌다"고 썼다. 이 焚書(분서) 사건은 일본사에서 대표적인 미스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칸무왕이 우리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없앤 이유에 대해 추측만 할 뿐 누구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칸무의 분서로부터 한 세기 전 660년 백제가 멸망하자 일본의 텐지(天智)왕은 왜(倭)라는 이름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일본(日本)을 국호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또한 일본 조정은 일본 열도의 역사인 '일본서기' 편찬 작업도 서두르게 되는데 덴무(天武)왕의 명으로 680년 무렵 시작된 일본서기 편찬은 40년만인 720년에 완성을 보게 된다. 이 같은 일본의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일 고대사에는 아직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많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짚어낼 만큼 사료가 충분하지 못한 것도 그 이유의 하나지만 자기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하고 歪曲(왜곡)하는 바람에 양국의 역사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모순을 일으키는 것이다. 고대 한국과 일본에 대해 기록한 중국의 사서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인을 가해자로 묘사해 큰 파문을 일으킨 '요코이야기'의 한글판이 원본의 상당 부분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자가 실화라고 밝혔음에도 번역본은 장편소설로 명기하고 과장 광고도 일삼았다. 또 원본에 일본이 2천 년 전부터 한국에 관심을 가져오다 열강과 각축 끝에 정당하게 한국을 지배하게 됐다는 식의 한국 역사가 편집자 주 형식으로 기술돼 있으나 한국 독자를 의식해 한글판에서는 이를 모두 뺐다는 것이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정의는 강 하나로도 경계가 지워진다. 피레네산맥 이쪽에서의 진실은 저쪽에서는 진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명백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무언가를 隱蔽(은폐)하려는 의도이거나 진실을 모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칸무와 요코의 이야기를 보면서 인간 내면에 잠재된 왜곡의 심리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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