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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 시조산책-김정휴 作 장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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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장경각이 심해의 어장처럼

금빛 고기 떼들이 무리 져 다니더니

바다만 알몸으로 와서 짐승마냥 눕는다

밤의 장경각에 심해의 고요가 깃들입니다. 수심을 알 길은 없지만, 무리 져 다니는 고기 떼들은 유난히 선연합니다. 비늘도 지느러미도 온통 금빛이니까요. 팔만 사천의 말씀들이 금빛을 번득이며 유영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법열입니다. 먹물빛이 길 밖의 길을 가는 수행자의 표상이라면, 금빛은 그들이 좇는 무량광의 상징일 테지요.

생각의 갈피를 넘기는 순간, 고기 떼들은 온데간데없고 알몸의 바다만 가득합니다. 알몸의 바다는 곧 만유의 실체입니다. 의식 속에 구도의 사념과 해탈의 염원이 숨가쁘게 갈마듭니다. 바다를 짐승에 빗댄 것은 금세라도 꿈틀거리며 일어설 듯한 생명감의 표현입니다.

장경각을 화두 삼아 시조 3장에 심안의 세계를 베풀어 놓는군요. 놓음으로써 잡을 수 있고, 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다거늘, 세속에 묶인 채 견고하기만 한 이 욕망의 사슬을 어찌하면 다 끊어 버릴 수 있을는지… 放下着(방하착)!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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