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아기 젖주라며 가려주던 아주머니

퇴근시간 조용한 버스 안.. 15개월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아기가 울기 시작하자 엄마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아기를 달랬지만 아기의 울음소리는 더 커져만 갔다.

나도 얼른 가방을 뒤져 초콜릿 하나를 아기의 손에 쥐어 주었다. 여기 저기서 아주머니들이 사탕과 과자를 가져다 주며 달래보았지만 아기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뒤쪽에 앉으신 아주머니 한 분이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지를 물어보시고는 뒤쪽에서 수유를 하라며 자신의 옷을 벗어 아기 엄마를 가려 주셨다.

모유를 먹기 시작한 아기는 울음을 그쳤고 차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탈 때와 똑같은 조용함이었지만 그 조용함 속에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져 있었기에 아름다웠다. 내가 버스를 내린 후에도 한참 동안 옷을 벌리고 아기엄마를 가려주고 있을 아주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져왔다.

김은애(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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