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이야기 예요. 평일 아침, 나이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의 출근 혹은 등교로 도로는 그 날도 어김없이 막힐 때였고, 버스안도 만원이었습니다. 그 시간대에 자리에 앉아 우아하게 버스를 탄다는 건 참 행운인 것 같아요. 전 그 날 운이 모자라 버스 뒤쪽에 서서 동그란 손잡이하나에 몸을 맡기며 학교로 향하고 있었죠.
그런데 의심하나 없이 내 몸을 그 동그란 링에 맡겼건만, 문득 바라본 손잡이는 고무가 낡아 위쪽부터 갈라져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타고 가는 동안 이 아슬한 링이 버텨줄 수 있을까. 아니면 툭! 하고 손잡이가 끊어졌을 때 어떻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꿋꿋이 서 있을 수 있을 것인가.
또 떨어진 손잡이는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아야 하는가. 이런 생각의 시간은 잠깐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몇 정류장 뒤에 내리면 되었기에 뒷문 쪽으로 몸을 이동했고, 제가 내린 뒤로 그 손잡이의 운명이 궁금했지만 분명 끝내 버스주인 아저씨께서 다른 새 손잡이 링을 그 자리에 달아주셨겠죠? 제 뒤에 누군가 제가 상상했던 일이 연출되지 않았길 바라며 이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성은진 (대구시 서구 평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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