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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어머니 혼쭐 명절은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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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퀴퀴한 종이냄새를 맡으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아련한 유년시절의 추억이 갑자기 몰려들면서 가슴이 툭, 하고 내려앉는다고나 할까? 만화책더미가 쌓여있던 만화방에서의 책 냄새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나를 까까머리 학생으로 되돌려놓는다. 길창덕의 꺼벙이, 고우영의 삼국지, 신문수의 로봇찌빠와 이현세의 까치와 엄지를 만날 수 있던 추억의 만화방은 나의 또 다른 꿈의 무대였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만화대여점과 오락실, 인터넷 만화의 등장으로 사라진지 오래지만 80년대 중반까지 만 해도 동네 뒷골목에는 만화방 하나씩은 꼭 있었다.

코흘리개 시절, 떨린 가슴을 안고 들어섰던 만화방은 당시 아이들에게 유일한 오락거리이자 부모님의 눈을 피해 몰래 숨어들어야만 했던 달콤한 금단의 열매였다.

그때는 10원에 대여섯 권을 볼 수 있었다. 손 때 묻고 곰팡내 나던 만화책과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발 디딜 틈 없이 복작거렸던 우리 동네 만화방에 찾아 가면 어김없이 친구 녀석들 한둘은 만나기 마련이다. 새뱃돈이 아직 주머니에 남아있었을 요즘 같을 때 만화방은 특히 붐볐다. 우리를 그 곳으로 모이게 만든 것은 단순히 만화 자체만은 아니었다. 연탄불에 구워먹던 쥐포, 왕소라 과자와 아이스크림,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아이들을 유혹했던 만두와 쫀득이는 특별히 돈이 생긴 날에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별미였다.

만화방에 갔다가 어머니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어김없이 혼이 나야 했다. 하지만 엄한 어머니도 일년에 딱 두 번은 눈감아주셨다. 내 생일 즈음과 바로 설 끝 무렵이다. 그래서 이 겨울이 오면 푸짐한 간식거리를 손에 쥐고 만화책을 읽던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지금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이젠 그 만화방도, 나를 야단쳐줄 어머니도 안 계시기에 잠깐 쓸쓸해진다.

박시현(대구시 남구 이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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