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 80년대까지만 해도 華僑(화교) 거주지에서는 纏足(전족)한 중국인 할머니들을 더러 볼 수 있었다. 납작한 검은 헝겊 신발을 신고 넘어질 듯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 할머니들의 발은 아이들의 그것처럼 작은데다 발등이 소복이 솟아오른 기형적인 모양새여서 보는 이를 안쓰럽게 했다. 봉건시대 중국 여성 수난의 상징이자 지구상 유일무이했던 전족 풍습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법으로 금지됐다.
◇중국의 전족 풍습은 五代(오대), 北宋(북송) 시대설 등 여러 가지이나 그 중 南唐(남당)의 제2대 통치자였던 리위(李煜: 937~978년)의 전족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어느 날 리위는 총애하는 후궁 야오랑의 발을 천으로 묶어 춤을 추게 했다. 초승달 모양의 작은 발은 단번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남자들이 여자의 발에 편집광적으로 집착하면서 상류층 귀부인들이 너도나도 발을 묶기 시작했고, 마침내 하층민 여자들 사이에서도 전족이 성행하게 됐다.
◇중매쟁이들은 신붓감의 용모보다 발이 얼마나 작은가부터 물었다. 얼굴이 아무리 예뻐도 발이 크면 시집 가기가 힘들었다. 딸들은 이르면 생후 2세, 대체로 3, 4세 때부터 긴 천으로 사정없이 발이 묶였다. 여아들은 장래를 위해 피부가 벗겨지고, 고름이 생기며 뼈가 구부러지고 비틀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중국 남성들의 발 집착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까지 나아갔다. 기형으로 오그라진 여자의 발이 그들에겐 眈美(탐미)의 대상이었다. 전족한 여자들이 살금살금 걷는 소리를 들으며 황홀해 했고, 발싸개를 풀었을 때의 콤콤한 냄새를 즐겨 음미했다. 발바닥의 옴폭 패인 부분에 호박씨 같은 걸 넣고 혀로 꺼내 먹는 등 별의별 방법을 즐기기도 했다.
◇최근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팀의 연구 결과가 이색적이다. 남녀 5천 명 이상 조사에 15만 명 이상의 인터넷 토론을 참고한 연구에서 대상자의 47%가 발을 최대 성적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더욱이 옷, 장신구'신발 등 물건 중엔 구두와 부츠'양말 등 역시 발에 관련된 것들에 성적으로 이끌린다는 사람이 64%나 됐다. 옛 중국의 발 페티시즘(fetishism)을 떠올리게 하는 흥미로운 내용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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