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인성교육' 실천 최우수…박지영 포항 죽장初 교사

"학급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몇몇 아이가 유독 공부와 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도 다 원인이 있었던 거지요."

박지영(46) 포항 죽장초교 교사는 자신이 맡고 있는 7명의 3학년 아이들과 처음 만났던 지난 해 3월을 떠올리며 "22년 교직 생활 중에 가장 난감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죽장초교는 학년 당 인원이 10명 안팎으로 전 학년이 1개 학급씩인 소규모 학교. 이 중 박 교사의 교실은 이혼·조손(祖孫) 가정, 학력 부진아, 장애아 병설 수업 등 최근 농·산·어촌 학교에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각종 문제를 모두 지닌 특수한 환경이었다.

"7명 중에 2명은 재혼·이혼 가정 자녀였고, 또 한 명은 청각 장애(3급)를 앓고 있어 보청기를 해야만 수업이 가능했습니다. 아버지 직업 때문에 전학을 11번이나 다닌 아이는 학교 생활에 좀체 흥미를 갖지 못했어요.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박 교사도 처음에는 자세한 실상까지는 알지 못했다. 으레 있는 학력 격차나 따돌림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면담과 가정 방문을 통해 이런 '문제'를 발견한 뒤로 7명 개개인에 맞춘 인성교육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장애 학생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장애 체험을 해 봤습니다. 아이들에게 겨울용 털귀마개를 씌우고 붕대로 꽁꽁 동여맨 뒤에 TV를 켜 놨어요. 아이들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아우성이더군요." 잠깐이지만 장애를 경험해 본 아이들은 귀가 들리지 않는 불편을 서서히 이해하게 됐고, 장애 친구와 함께 뛰어노는 시간도 많아졌다. 공부 잘 하는 학생을 짝으로 앉혀 받아쓰기, 셈하기를 돕게 하자 장애 학생은 공부에도 흥미를 갖게 됐다.

새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이에게는 '효도 일기'를 쓰게 하고 효행에 관한 책을 추천해 읽도록 해 효도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치게 했다. 조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청결이나 학업에 무심했던 학생에 대해서는 숙제를 안 해 오면 더 야단을 쳤고 박 교사가 따로 공부를 봐줬다.

전학을 많이 다닌데다 몸집까지 작아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학생 경우는 공기놀이 등 반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에 꼭 어울리도록 해 학교 생활의 즐거움을 알도록 도와줬다.

이렇게 1년 가까이 지낸 아이들 사이에는 웃음이 내내 끊이지 않게 됐고, 가정에서도 조부모, 부모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됐다. 학업 실력이 껑충 뛰었음은 물론이다.

박 교사가 이처럼 자신의 학급에 적용한 '개별 맞춤형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교육인적자원부 주최 '12회 전국 인성교육 실천 우수사례' 최우수(1등급)에 선정됐다. 박 교사는 26일 오후 도 교육청에서 상을 받았다.

그의 남다른 인성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포항 신광초교 재직시절에는 14명의 아이들을 맡아 자연과 어우러지는 교육을 실천, '인성교육 실천 우수사례 대회'에서 2등급을 받기도 했다.

"아이들이 처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왜 숙제를 안해오느냐', '왜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를 시키느냐'고 아무리 야단쳐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아이들마다 가진 문제 환경만 줄여줘도 저절로 행복한 학교가 될 것입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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